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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아톰만화학원 송항준·곽동주 씨

이제는 웹툰전성시대

이종현 기자 bell@idomin.com 입력 : 2018-06-01 16:37:31 금     노출 : 2018-06-01 16:57:00 금

70~80년대에는 만화방, 90년대에는 도서대여점. 곳곳에 있던 이곳들은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만화방·도서대여점을 찾기 어렵다. 개인이 만화를 사게 된 것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만화를 애타게 갈구하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더 이상 만화를 좇지 않게 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출판만화에서 디지털 만화로 바뀐 것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디지털 만화는 어느새 출판만화 시장을 제쳤다. 콘텐츠진흥원의 '2017만화 산업백서'를 보면 2017년 기준 대한민국 만화 시장의 26.4%가 출판만화, 73.6%가 디지털 만화다. 그리고 그 디지털 만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게 '웹툰'이다. 기존의 '칸만화' 형태에서 온라인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 형태의 만화. 인기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데서 그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이에 창원 최초로 '웹툰 전문학원'임을 내세우는 아톰만화전문미술학원(이하 아톰만화학원)을 방문했다. 인터뷰이는 학원의 부원장인 송항준(34) 씨와 웹툰 작가이자 웹툰전문반을 맡고 있는 곽동주(33) 씨다.

지난해 4월 15일에 설립한 아톰만화학원은 창원 유일의 만화 종합학원이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건 부원장인 송항준 씨와 강사 곽동주 씨.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아트인미술학원'에서 웹툰, 만화를 가르치던 두 사람이 분가(?) 형태로 웹툰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새 브랜드를 시작한 게 아톰만화학원이다.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고, 전문성을 위해 새 이름으로 오픈했다고 한다.

Q. 우선 두 분에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항준: 아톰만화학원 운영을 맡고 있는 송항준입니다. 만화를 전공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15년째입니다. 대학 입학부터 군대 2년을 제외하곤 쭉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학원 내에서는 주로 입시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곽동주: 안녕하세요, 곽동주입니다. 저는 코미카와 네이버북스에서 <서른넷>을 연재 중인 웹툰 작가임과 동시에 아톰만화학원의 웹툰반 강사를 맡고 있어요. 입시보다는 웹툰과 관련해 실무적인 영역에서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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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만화학원 송항준 부원장(오른쪽)과 곽동주 강사(왼쪽). / 이종현 기자

Q. 두 분 다 쭉 창원에서 활동하신 건 아닌 걸로 아는데요. 원래 고향이 경남이신가요?

송항준: 저는 서울 태생입니다. 충청도에서 대학 다닌 걸 빼면 쭉 서울에서만 지냈어요. 창원에 온 건 2년 정도 됐습니다. 여자 친구가 창원에 살아요. 안 그래도 장거리 연애가 버거웠고, 새 일자리도 알아보다가 아트인과 연이 닿아서, 아트인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곽동주: 저는 진해 출신입니다. 이후 서울에서 작품 활동도 하고 회사도 다녔었는데, 사업을 하나 시도했다가 잘 안 됐습니다. 거기서 고민을 하다가, 과포화 상태인 서울이 아니라 출신 지역에서 새 출발을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창원으로 왔습니다. 내려올 때 각오를 다지기 위해 개명까지 했어요. 참고로 제가 아트인 1기 졸업생입니다. 그 연으로 아톰만화학원 설립에 함께했습니다. 그 전에 디자인 쪽 강사 일은 해봤지만 만화강사 일을 시작한 건 아톰만화학원이 시작하면서부터니, 송 선생님에 비해 한참 햇병아리죠. (웃음)

Q. 식상한 질문이 될 수 있지만, 두 분 다 언제부터 만화를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두 분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셨을 때만 하더라도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주변에 반대는 없으셨는지도요.

송항준: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갈 때도 만화학과를 갔죠. 그 대학이 인지도가 있는 곳이라, 입학하고 나서 곧바로 학원 아르바이트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리다 보니. 부모님께서 반대하거나 하시지도 않았어요. '이거라도 해야지' 하시는 모습. (웃음)

곽동주: 저도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죠. 사실 어렸을 때 만화 안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요. (웃음) 어릴 때부터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낙서하듯이 그림을 그렸죠. 하지만 만화를 전공하진 않았습니다. 광고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본격적으로 만화를 하기 시작한 건 군대에서 네이버웹툰을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그걸 보고 '나도 만화를 해야겠다' 싶었고, 군대서 그린 게 연재까지 되며 웹툰 작가로의 길을 걷게 됐죠. 만화를 전공한 게 아니다 보니 부모님이 반대하거나 하진 않으셨어요. 제가 만화를 시작할 때엔 이미 웹툰 시장이 성장하던 때라, 오히려 응원해주셨죠.

만화(웹툰) 전문 학원, 아톰만화학원

Q. 아톰만화학원이 아트인과 전혀 별개의 학원은 아니죠?

송항준: 원래부터 아트인에서 만화반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가 아트인의 조광래 원장님께서 '아트인에서 벗어나서 '만화'로의 전문성을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고, 거기에 공감했죠. 현재 강사로 있으신 웹툰 쪽 인맥들은 곽 선생님이 알음알음 모셔온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곽동주: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인적 인프라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창원에서 웹툰 그리는 분들을 많이 수소문했죠. 그렇게 알게 된 분들 모두 아톰에 모셨어요. 강사 형태로 계신 분들도 있고, 자문으로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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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만화학원 웹툰반 수강생 신지훈 씨 그림. / 아톰만화학원 제공

Q. 아톰만화학원에서 내세울 수 있는, 여타 만화학원과의 차별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송항준: 가장 자신할 수 있는 건 만화종합학원이라는 것이죠. 특히 웹툰에 특화돼 있습니다. 최근 만화 시장은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주류가 바뀌었어요. 하지만 웹툰에 전문성을 지닌 학원은 많지 않습니다. 경남에서는 저희가 최초인 걸로 알아요. 대부분이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췄죠. 그렇다고 대학 입시에 대해서 약한 건 아니에요. 웹툰의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현직 웹툰 작가인 곽 선생님과 다른 강사분들이 책임진다면, 저 역시 입시파트 명문대 강사들과 함께 학생들의 기초와 대학 입시에 뜻을 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부터가 나름 업계에서 인지도 있는 학교를 나왔고, 1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입시를 도왔습니다. 어째 자화자찬 같아 쑥스럽네요. (웃음) 학원에선 강사가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톰은 경남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학원 슬로건부터가 '강사의 수준이 결과를 말합니다'인 걸요.

곽동주: 입시 쪽은 송 선생님이 착실하게 챙겨주신다면, 저는 웹툰 작가로 일하면서 배운 실무적인 영역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 작품인 <서른넷> 연재와 병행하고 있어요.

Q. 기초반, 예비반, 입시반 등. 반이 여러 개인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송항준: 중학생, 고3, 재수생 등 각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반을 두고 있습니다. 만화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반, 기초반에서 심화된 예비반, 그리고 대학 입시를 위한 입시반. 각 반마다 담당 선생님이 따로 있고, 저는 전체 수업에 다 들어가요. 가장 규모가 큰 반은 예비반인데, 예비반의 경우 담당 선생님 외에 다른 선생님들도 돕고 있습니다.

곽동주: 입시를 준비하지 않고 웹툰으로 바로 데뷔하려는 웹툰반도 있습니다. 웹툰반은 스토리 담당 선생님, 배경 담당 선생님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는 웹툰반 전체를 총괄하고 있고요.

Q. 대학에 가 만화를 전공할 학생들과,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웹툰으로 데뷔할 분들로 먼저 반을 나누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입시반에서는 어떤 걸 가르치는지, 대학 입학에 필요한 건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송항준: 초창기 만화과에서는 석고데생으로 실기를 쳤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도 초반부터 만화실기가 생겼어요. 상황표현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주제를 주면, 그 상황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흔히 봤던 만화책의 형태가 '칸만화'인데, 시간 내에 칸만화를 그리는 실기도 있습니다. 아직 이런 상황표현, 칸만화가 주류를 이뤄요. 하지만 최근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로 학생을 뽑기도 합니다. 이 경우 컴퓨터그래픽 작업도 괜찮고, 오히려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뽑히는 학생들도 있어요. 웹툰 실기도 따로 생겼습니다. 칸만화 형태가 아니라 세로 스크롤의, 웹툰 형태의 만화를 정해진 시간 내에 그려 제출하도록 하는 실기입니다. 이런 실기를 하는 건 만화로 유명한 청강문화산업대가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웹툰 실기는 점점 더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기가 이렇다 보니 학원에서는 당연히 이런 걸 가르치는 거죠.

Q.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데뷔하려는 웹툰 작가 지망생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요.

곽동주: 그런 분들 있죠. 일단 저부터가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경우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대학 진학과 진학하지 않고 데뷔하는 것으로 고민하는 상담이 들어온다면, 저는 대학 진학을 권합니다. 서울이나 경기도 정도만 되더라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프로로 데뷔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요. 문하생, 어시스던트 같은 개념이 있거든요. 기성 작가를 도우며 그림을 배울 수 있고, 자연스레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원은 기성 작가가 워낙 적어요. 그나마 있는 분들도 문하생이나 어시스던트 없이 혼자 작업하시고요. 결국 데뷔하려면 공모전이나 포털의 도전만화가 같은 곳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수천, 수만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눈에 띄는 게 쉽겠어요? 하다못해 무슨 공모전을 한다 하면, 그런 공모전이 열릴 거라는 정보라도 있어야 하는데. 혼자 그림 공부하는 지망생이 이런 것까지 알기는 어렵죠. 대학에 가면 이런 정보들은 물론이고, 유명 만화가나 그 실무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서 혼자 할 때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해요. 만화학과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요.

송항준: 일단 저는 만화를 전공한 전공자로서, 곽 선생님의 말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가기 싫은 학생이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15년간 많은 학생의 입시를 도왔는데, 정작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가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게 자신이 생각하던 거랑 다른 경우도 많죠. 유명한 작가 중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작가들 얼마나 많아요.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자기 장기를 살려 다른 작가가 쉽사리 따라 할 수 없는 치밀한 심리묘사를 무기로 삼았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죠.

곽동주: 그래도 대학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웃음)

출판만화와 웹툰

Q. 웹툰의 성장이 가파릅니다. 이미 출판만화 시장을 제쳤다고 하는데. 그 성공의 비결은 뭘까요?

송항준: 공짜죠. 예전에 출판만화가 성행했을 때도 개인이 만화를 많이 사본 건 아니었어요. 만화방, 도서대여점에 책이 나간 거였죠. 어려서부터 만화방, 도서대여점 같은 게 성행하다 보니, 사람들 인식 자체가 만화라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한다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거 같아요. 웹툰의 '미리 보기' 같은, 200~300원 하는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도, 과거 만화방이나 도서대여점 수준이니까 자연스러운 거죠.

곽동주: 기본적으로 공짜라서 시장이 커진 건 맞다고 봐요. 하지만 몇몇 플랫폼의 노력도 무시할 순 없어요. 레진코믹스가 대표적인데. 과거에는 독자가 돈을 주고 웹툰을 보려 해도 결제가 너무 불편했어요. 그걸 알아챈 레진이 결제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죠.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바꾸니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웹툰을 보고, 이게 또 생각보다 많다 보니 시장이 커지고. 또 다른 업체들도 생겨나고. 그러면서 지금에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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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주 씨 연재작 <서른넷>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지영희. / 아톰만화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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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주 씨 연재작 <서른넷>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이해영. / 아톰만화학원 제공

송항준: 장르의 다양화도 무시할 수 없어요. 과거에는 성인만화나 BL(보이즈러브, 동성애) 같은 장르가 메이저화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죠. 하지만 웹툰으로는 이런 장르도 메이저로 취급받을 수 있게 됐죠.

Q. 출판만화와 웹툰의 차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작화'의 변화입니다. 과거 출판만화의 경우 소위 '잘 그린 그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웹툰을 보면, 과거 시각의 '잘 그린 그림'과 '인기 있는 그림'은 또 다른 거 같아요.

송항준: '잘 그린 그림'이라는 게 참 정의하기 어려워요. 과거 출판만화에서는 '잘 그린 그림'이 중요한 게 맞습니다. 물론 그때도 그림보다 작가 개인의 개성과 스토리로 성공하는 분이 계시긴 했지만, 보편적으로 그런 요소보다도 그림에 더 집중했었죠. 조금 과장하자면 '그림이야말로 만화의 최대 가치'랄까요? 하지만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이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웹툰은 '얼마나 자기표현을 잘 하느냐'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웹툰을 대표할만한 작품 10개 정도를 뽑았을 때, '그림'을 보는 과거 시점에서 대단하다 할 만한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웹툰이 유행하면서 그림이란 만화를 표현하는 부수적인 수단이 됐어요. 인기 웹툰 작가인 이말년 작가나 귀귀 작가의 작품을 보고 이걸 못 그린 그림, 대충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저는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말년스러운, 귀귀스러운 작화이기에 그 만화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곽동주: 출판만화가 잘 그렸다는 표현도 맞지만, 밀도가 높은 그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아요. 현업 작가로서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작화방식의 트랜드가 변했습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가독성이에요. 출판만화의 경우 선화 위주의 작화방식이다 보니 해상도도 높고 밀도도 높았어요. 하지만 웹툰은 선화가 아닌 면화 위주의 작화예요. 선과 색이 함께 어우러지는 방식이다 보니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든요. 그리고 웹이라는 특성상 과거 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자유롭게 퍼블리싱 되다 보니 장르도 다양해지고, 소재도 다양해지고, 표현하는 방식들이 다양해지고 또 그것들이 적극적으로 공유되다 보니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림 스타일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죠. 두 번째는 기술의 문제에요. 지금 수많은 디스플레이로 웹툰이 소비되고 있어요. 근데 이 디스플레이별로 색 구현이나 대비구현이 달라요. 어떤 브랜드의 폰으로 보면 너무 이쁜 그림이 다른 브랜드의 폰으로 보면 뿌옇게, 혹은 진하게 보이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이는 면화 위주의 작화에서 고밀도로 작업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커요. 작가가 열 시간 동안 보일 듯 말 듯 꼼꼼히 나눈 터치묘사들이, 명도대비가 큰 디스플레이로 보는 독자에겐 하나도 안 보여 질 수도 있거든요.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지금의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너무도 당연한 시대의 변화이고, 또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항준: 저는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작화의 변화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아요. <마음의 소리> 같은 작품을 슬램덩크처럼 그려서 재미있을까요? <마음의 소리>는 조석 작가 그림체로 보는 게 재밌어요. 진짜 못 그리는 그림은 데뷔도 못 하고 욕먹습니다.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 대한 조언

Q. 웹툰 시장이 커졌다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자도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아톰만화학원에서 웹툰을 배우는 학생들 모두가 장래에 웹툰으로 생계를 꾸려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곽동주: 안 할 수가 없죠. 학생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도 했던 고민이고요. 웹툰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웹툰 작가를 꿈꾼다면 이런 좋은 점만 봐선 안 돼요. 웹툰 작가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입니다. 현재 데뷔한 웹툰 작가가 6000명 정도인데, 인기를 끄는 건 정말 소수의 몇 명이에요. 연재처에서 연재를 하더라도, 반응이 안 좋으면 돈을 벌 수 없죠. 자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어요.

송항준: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곽 선생님만큼은 아니에요. 곽 선생님은 주로 데뷔를 목표로 하는 성인을 가르치다 보니 고민이 많으실 텐데. 제가 가르치는 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거든요. 아직 입학도 안 한 학생들을 두고 '너 이거 하다가 굶어 죽어!' 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유명 만화 대학 입학생 중 90%의 꿈이 만화가예요. 그러다 졸업하면 20% 정도만 여전히 만화가를 꿈꿉니다. 그렇다고 졸업생들이 다 백수가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취업 면에서는 더 잘 되죠. 그림이라는 게 기술이잖아요. 특히 웹툰 작업은 컴퓨터를 다루고요. 이런 기술은 어디에서든 수요가 있어요. 만화로의 길을 포기한다고 해서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만화를 위해 배운 기술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더 유니크한 스킬이거든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요.

Q. 그러면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림? 스토리?

곽동주: 만화가로서의 오타쿠적인 역량, 그리고 상품에 대한 기획력을 강조합니다. 일단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은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고드는 걸 좋아해요. 캐릭터에, 배경에, 작품에. 이런 게 밑바탕이 돼야 하고. 데뷔한 이후에는 상품에 대한 기획력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그리는 웹툰을 '상품'으로 생각해야 해요. 어떤 사람이 내가 만든 상품을 좋아할지, 어떻게 해야 더 좋아할지, 내 상품의 강점은 무엇인지. 아무도 안 사는 상품을 만들어선 안 되잖아요. 연재처에 작품을 제안할 때 기획서를 씁니다. 그 기획서 안에 기획 의도와 작품 홍보해야 해요. '이 작품을 통해 ~을 하겠다' 하는. 재미는 기본적인 거고, 만화를 넘어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고민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많은 웹툰 작가가 이런 걸 못하니까 에이전시나 매니저먼트, 만화 기획자에게 맡기곤 하는데. 저는 작가가, 그리고 지망생이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오타쿠니까 그림만 그린다'고 고집하기엔 만만찮은 업계예요.

송항준: 전 '색깔'을 강조해요. 조금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작품을 위해 억지로 짜낸 것보다는, 본인이 오래도록 파고든 것이요. 기본적으로 '판타지'라는 게 비현실적인 거잖아요. 하지만 판타지의 비현실도 그 작품 안의 당위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판타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태로, 여기저기서 가져오기만 하면 엉성할 수밖에 없어요. 그림 스타일도 그래요. 인기 있는 만화의 스타일은 있고, 그걸 참고하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과 자기 색을 적절히 유지하는, 상업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해요. 곽 선생님은 당장 데뷔를 꿈꾸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더 실무적인 조언을 하셨지만. 이제 만화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현실에 순응하기에 앞서 꿈을 꿨으면 합니다. 만화에 대한 순수성이요.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너 그리고 싶은 거 그려봐'라고 하면 못 그리는 학생들이 많아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그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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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미술학원 강사 소개 포스터. / 아톰미술학원 제공

지역에서 만화 그리기&가르치기

Q.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입니다만.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선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남은 문화예술에 대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평이 많은데. 어떤 점이 아쉬운지, 어떤 부분에 대한 도움이 있었으면 하는지 알려주세요.

곽동주: 서울과 비교하면 한참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콘텐츠코리아랩이라든지 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저는 이런 특혜를 다 누렸어요. 그곳에서는 작품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데. 그런 장소가 있으면 자연스레 작가들도 모이고. 이걸 기반으로 인적 인프라가 갖춰지는 거죠. 하지만 창원은 장소 자체가 부족해요. 그나마 '문화대장간 풀무'가 역할을 하고 있긴 한데. 이전에 제가 누렸던 걸 생각하면, 한참 아쉽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나 풀무에서나, 더 잘해보려고 하시곤 있는데. 한계가 있으니…. 그리고 세무적인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서울에서는 웹툰 작가를 대행해주는 전문 세무사가 있어요. 하지만 창원에는 이런 쪽으로 아는 분이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세무사분과 같이 공부를 시작했어요.

송항준: 저야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작업 환경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요. 다만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역에서 내려와 일을 하다 보면서 느낀 건데, 서울에서 만난 학생들보다 창원에서 만난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많아요. 학생들이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도움이 있었으면 합니다.

곽동주: 저는 창원에도 웹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이 많다고 생각해요. 적어 보이는 건 워낙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때문이죠. 학원 입장에서도 굉장히 화납니다. 창원에도 인재가 많은데 다른 지역으로 다 뺏기고 있어요. 이걸 개선하기 위해선 학원도 학원이지만,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같은 문화예술 전담기관에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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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만화학원 학생의 상황표현 그림. / 아톰미술학원 제공

앞으로의 꿈

Q. 곽동주 선생님은 지역에서 웹툰 작가들의 협업 단체를 계획하고 있으시다 들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요?

곽동주: 일단 창작 활동을 할 때 홀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창원에 내려와 보니 작품 활동을 하는 분도 거의 없고, 따로 모임도 없더라고요.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사업에 지원하려 할 때였어요. 창원을 테마로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 지원했는데, 개인 자격은 지원이 안 되더라고요. 어떤 단체 같은 게 필요하다고.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도 이런 고민을 했겠다 싶어, 사람들을 모으려고요. 사람 여럿이 모이면 그것대로 작가들의 인적 인프라가 형성될 거고. 정보도 교류하고. 지원사업에도 지원할 수 있고.

Q. <서른넷>은 글 작가를 따로 모시고, 그림 작가로 작업하고 계십니다. 이후로도 그림 작가로만 활동하실 계획이신가요?

곽동주: 글 작가를 따로 둔 건 <서른넷>이 처음이에요. 이전에는 제가 스토리도 짜고, 그림도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글 작가님을 따로 모시고 하니까, 제게 부족한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글 작가님만 괜찮으시다면, 다음 작품도 함께하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는 글, 그림 모두 하고 싶고요.

Q. 웹툰 작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각자가 꿈꾸는 바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계획, 혹은 희망하는 바가 있나요?

송항준: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그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만화를 그리는 것도 좋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도 좋고, 다른 디자인을 해도 좋아요. 교육자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건, 학생들의 장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든, 학생들이 자기가 가진 색깔을 피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또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아톰을 서울이나 부산의 유명 학원 못지않은 곳으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지금 창원에서 만화로 유명한 대학으로 가는 건 한 손에 꼽을 정돈데. 이런 걸 깨부수고, 좋은 학교 많이 갈 수 있도록 돕는 학원으로 꾸려나가겠습니다.

곽동주: 웹툰 작가로의 꿈은 조금 미뤄뒀습니다. 당장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당분간은 잘 팔릴, 상업성이 있는 만화만 할 생각이에요. 다만 나중에는, 저 스스로는 40대 중반쯤으로 보는데.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부터는 안 팔려도 되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고 싶습니다. 돈보다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되게 큰 상 같은 것도 받아보고 싶고요. 교육자로서는… 송 선생님을 옆에 두고 제가 교육자라고 하기 민망한데. 송 선생님께 배울 건 배우면서, 경남에서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창원에 곽동주 있으니까 이 사람 믿고 해보자'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Q. 초반에 여쭈려다 어쩌다 보니 막바지에 질문드리게 됐습니다. 혹시 존경하는, 좋아하는 작품, 작가가 있나요?

송항준: 되게 마이너한 작품인데, <잘자 뿡뿡>이라는 작품이요. 일본만화에요. 국내에 정식발매하다가 중단됐는데, 한 소년의 성장 만화입니다. 이 작품이 색깔이 엄청 진해요.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보면 충격적이지만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아 성인분들께만요.(미성년자 구독 불가 작품) 만약 제가 만화가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면, 이런 만화를 그렸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나중 탁구부> 작가의 <시가테라>라는 작품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루저들의 드라마,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아…. 아니죠. 만화는 <서른넷>이 최곱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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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만화학원 송항준 부원장(오른쪽)과 곽동주 강사(왼쪽). / 이종현 기자

곽동주: 존경하는,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야 많지만. 당장 떠오르는 작가 세 분이 있네요. 먼저 이명진 작가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을 그리신 분이에요. 그리고 네이버 웹툰 <패밀리맨>을 그리신 정필원 작가님. 그리고 그 유명한 <짱구는 못말려>의 우스이 요시토 작가요.

Q. 말씀해주신 작품들로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 대충 알 것 같네요. 만화가로서, 또 교육자로서 가진 철학을 여쭙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곽동주: 교육자로서는 이제 배우는 단계라서, 철학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닌 거 같아요. 그저 저와 함께하는 분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현시점의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가로서의 철학은 분명해요. 만화의 본질은 재미입니다. 그게 감정적으로 처절한 재미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웃긴 재미일 수도 있고. 그 성질이 어떻든 간에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요. 당분간은 상업적인 재미를 추구하려고 해요. 많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나중에는 조금 더 깊은 작품을 그리고 싶지만. 무엇이 됐든 간에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송항준: 15년 전 처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기술적인 부분에 많이 집중했어요. 그것도 벅찼거든요. 지금은 여유가 좀 생겼어요. 기술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만화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원이 아니라, 정말 학교 같은 학원. 소통을 많이 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학원에서의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언제든지 연락하고, 또 관계할 수 있는. 학생들이 아톰에서의, 저와의 관계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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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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