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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렬의 생태이야기] (40) 우리 학교에는 어떤 새들이 둥지를 지었을까?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mrbin77@hanmail.net 입력 : 2018-06-01 13:28:32 금     노출 : 2018-06-01 13:34:00 금

"선생님! 교실 앞으로 새가 날아와요."

"어디로 날아가는지 봤니?"

"건너편 창문 옆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창문으로 몰려간다. 교실 안으로 파리나 벌 한 마리만 날아 들어와도 우당탕탕 호들갑 떠는 아이들인지라 새의 출현은 아이들 호기심을 두세 배로 늘려 놓는다. 수업을 잠시 미루고 아이들과 함께 새 관찰에 나섰다. 새가 집을 지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교무실과 교실 사이 벽돌에 난 작은 구멍이다. 어떤 새가 집을 지은 걸까? 가만히 관찰해 보니 곤줄박이란 새다.

곤줄박이는 비슷한 크기의 박새나 딱새에 비해 유달리 예쁜 모양의 깃털을 가진 새다. 사람들에게 꽤나 친절하게 다가오는 곤줄박이는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둥지 지을 재료를 물어온다. 이끼가 주된 재료로 사용된다. 나무구멍이나 인가 근처의 건물 틈 사이에 집을 마련하는 새인데 사람이 마련해준 인공 둥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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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지 짓는 까치.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지난해에는 교실 앞 화단에 있는 스트로브잣나무에 둥지를 튼 새도 있었다. '찌익~ 찌익~' 시끄럽게 울어대는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는 도심에서도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로 보이는 곳은 인근 야산이다. 파도를 타는 것처럼 날아가는 특성을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나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를 만드는데 온갖 재료를 다 동원한다. 주로 작은 나뭇가지나 뿔 뿌리 같은 것을 이용하는데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 위에 집을 짓는다. 직박구리는 온갖 열매를 다 먹는 새로도 유명하다. 목련 꽃잎도 따먹고 벚꽃 잎도 따 먹는다. 꿀을 찾아 먹는 경우도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 딸기를 따 먹기도 한다. 농부들 입장에서는 꽤나 성가신 새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아파트나 주택에서 사는 것처럼 새들은 둥지에서 살아간다. 둥지는 새들의 집이다. 둥지에서 알을 낳아 품고, 새끼를 기른다. 상위 포식자나 천적을 피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집을 짓는다. 특히 번식기가 다가오는 3월이나 4월쯤이면 알을 낳아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둥지를 만든다. 둥지 짓는 곳은 주로 나무 위나, 나무 구멍, 땅바닥, 바위벼랑, 바위와 바위 사이, 흙벽 등 아주 다양한 장소가 선택되어진다. 둥지 모양도 새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둥지는 새의 종류와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멧비둘기는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다. 소나무나 대나무 위에 가지가 여러 개 교차하는 지점에 죽은 나뭇가지를 물어와 얼기설기 엮어 짓는다. 멧비둘기 둥지 아래에 서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금방이라도 알이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여름철 비 오는 밤에 귀신 울음소리로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하는 호랑지빠귀도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든다. 주로 대나무 숲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지렁이를 주된 먹이로 하기 때문에 볕이 잘 들지 않는 습기 많은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호랑지빠귀를 비롯한 지빠귀 종류의 새들은 대체로 나무 위에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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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가는 곤줄박이.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나무 구멍에 둥지를 마련하는 대표 새는 딱따구리 종류다. 딱따구리 종류는 부리를 이용해 나무를 쪼아 집을 짓는다. 딱따구리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은사시나무와 오동나무다. 나무 재질이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인데 다 쓰고 난 딱따구리 집은 다른 새들도 이용한다. 특히 덩치가 큰 까막딱다구리는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에도 둥지를 만든다. 요즘에는 은사시나무나 버드나무 종류가 아름드리로 자란 경우가 많아 둥지 만들기가 예전에 비해 좀 더 수월해 졌다.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딱따구리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도심 공원이나 야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딱따구리는 쇠딱다구리다. 크기가 참새와 비슷해서 관찰하기가 쉽진 않으나 자세히 보면 도심 가로수에서 먹이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쇠딱다구리도 보인다. 청딱다구리는 번식기에 '끽끽끽'하는 소리로 크게 우는 경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짝짓기를 위해 먼 곳에 있는 암컷을 부르는 소리다. 온 동네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큰 소리로 운다. 원앙도 물이 가까이 있는 오래된 나무 구멍에 둥지를 마련한다. 소쩍새 둥지도 나무 구멍에서 볼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새들은 딱따구리가 쓰다가 버린 나무 구멍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동고비, 박새, 호반새 등이 있다. 그중 동고비는 독특하게 둥지를 마련하는 새로 유명하다. 천적이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딱따구리가 쓰던 둥지 들머리를 흙으로 막아 사용한다. 흙을 물고 와 둥지 구멍을 좁히는 공사를 해서 둥지로 사용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다른 큰 새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야무지게 보수 공사를 한다.

모래사장이나 자갈밭, 땅 위에 알을 낳는 새들도 있다. 얼핏 보면 둥지인지 땅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여름이 다가올 무렵 하천 주변 모래사장이나 자갈밭에 나가보면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꼬마물떼새나 흰목물떼새를 만날 수 있다. 알을 품고 있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순간 재빨리 날아오른다.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새끼를 품고 있는 경우엔 좀 더 특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마치 다치거나 죽은 새처럼 흉내를 내는데 사람이나 동물 같은 천적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행동이다. 알 색깔과 새끼의 깃털이 주변 환경과 너무도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보호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기 드문 새가 되었지만 '노고지리'로 불리는 종다리도 땅 위에 둥지를 짓는다. 어린 시절 종다리 노래 소리 따라 한참을 맴돌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늘 위로 올라가 아름다운 노래 소리로 짝을 찾거나 사람이나 천적을 유인하는 종다리의 특성이 우리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새들은 나뭇가지, 나뭇잎, 이끼나 동물의 털, 마른 풀잎과 가는 풀뿌리 등을 물어 와 바닥에 쌓아 둥지를 만든다. 이렇게 지은 집은 충격 흡수에 강하고, 보온력도 탁월하다. 통기성도 좋고, 습도 조절도 알맞게 이루어진다. 쾌적한 둥지를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히 흉내조차 내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 관찰해 본 새들의 둥지 재료는 뜻밖의 것들이 많이 발견되어진다. 환경이 변화되면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이 부족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쓰는 인공 재료들이 둥지 만드는데 동원되는 경우가 꽤 많아진 것이다. 비닐, 비닐 끈, 종이, 헝겊, 플라스틱 같은 재료들을 물어 와 둥지를 짓기도 한다. 심지어 철사 줄을 둥지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봇대 위에 지은 까치집에 철사가 동원되면 전기 합선을 유발하기도 한다. 까치집 퇴치하는 일 때문에 한국전력 직원들이 바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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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물떼새 둥지.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새들은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이 알을 낳은 후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정성껏 알을 품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털복숭이와 벌거숭이가 있다. 털복숭이로 깨어나는 새는 주로 강가나 물가의 모래사장, 자갈 위에 아주 허술하게 집을 마련한다. 꼬마물떼새나 흰목물떼새 새끼가 대표적인 털복숭이들이다. 털복숭이로 태어난 새끼는 털이 마르면 곧바로 둥지를 떠나 어미 새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알 속에서 털이 자라 성숙한 상태로 깨어나기 때문에 둥지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바로 떠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새들은 다른 새들처럼 애써 둥지를 튼튼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 대충(?) 알을 낳아서 품는 기간만 잘 견디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무 위나 바위 구멍, 나무 구멍에 정교하게 둥지를 짓는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가 벌거숭이들이다. 눈을 뜨고 새 구실 할 수 있는 시간까지 꽤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새 종류에 따라 짧게는 10일 정도에서 길게는 2개월까지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키워야 한다. 거의 다 커서도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습을 한참 동안 해야 하는 새들도 있다. 이렇게 새끼가 커서 집을 나가는 상태까지의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새 둥지의 모양과 견고함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뱁새는 뻐꾸기의 탁란 대상이 되는 붉은머리오목눈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벌거숭이 상태로 태어나는데 둥지 크기가 가로 세로 7c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새다. 반면에 황새는 둥지 지름이 2m에 달할 만큼 크게 짓는다. 면적으로 보면 20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둥지의 크기와 모양은 새끼 키우는 특성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교무실과 교실 사이 벽돌 구멍에 집을 지은 곤줄박이 새끼가 집 밖으로 나오던 날. 부모 새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와 새끼들을 근처 숲으로 유인한다. 부모 새들 소리가 심상찮게 들려와 창밖을 내다보는 순간 첫째 새끼가 제일 먼저 집을 나왔다. 어느 순간 창문 틈에 매달려 있다 포로록 날아오른다. 반가운 마음에 창 옆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이를 어쩌나… 그야말로 눈 깜작할 사이에 천적 황조롱이가 날아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잽싸게 채 가버렸다.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울쌍을 짓는다.

"선생님! 불쌍해서 어떡해요?"

"그러게… 나가면 다친다니까!"

냉혹하기만 한 야생의 세계를 바로 눈앞에서 직접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작년에는 직박구리 새끼들이 곤줄박이 새끼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었다. 둥지에서 나와 숲으로 가는 짧은 시간에 엄마 말 듣지 않고 엉뚱한 짓 하다 길목을 기다리던 고양이 밥으로 희생되던 상황을 들려주며 새 이야기를 이어간다. 직박구리, 곤줄박이 새끼 이야기에 아이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지른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젠 알겠지?" 엄마, 아빠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의 보살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아 가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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