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만난 사람] (10) 경남한의사회 김영근 처장
전문적인 음악 지식 없이, 작사·작곡해 저작권 등록
타자 등장송도 만들고파…경상도 특유 응원에 매료
"팬과 함께하는 NC 되길"

'엔씨야 날아라 높이높이 날아라'.

김영근(59·경상남도한의사회 사무처장) 씨 휴대전화 벨소리로 익숙하진 않지만 흥겨운 노래가 퍼진다. 롯데를 통해 야구를 알게 됐고 NC에서 팬심을 폭발시켰다는 영근 씨. 넘치는 NC 사랑은 NC 응원가를 직접 작사·작곡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언젠가 야구장을 찾은 모든 이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며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그. 영근 씨의 남다른 야구 사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야구를 언제부터 접하게 됐는가?

"내 또래가 대개 그렇듯 시작은 롯데다. 고향이 울산시 울주군인데, 롯데 회장 별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롯데 영향을 받으며 자랐고 커가면서는 '응원하는 팀'으로 자리 잡아 갔다. 사실 롯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1992년 이후 우승도 없었고 가을야구 잔치에도 끼지 못하면서 '봄데(봄에는 잘한다)'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경상권을 연고로 하는 팀을 버릴 순 없었다. '쌔리라', '마!', '좀!' 등 경상권 특유의 응원 문화와 친밀감이 특히 좋았다."

김영근 경상남도한의사회 사무처장이 직접 작사·작곡한 NC 응원가 악보를 선보이고 있다. /이창언 기자

-롯데에서 NC로 변심 이유는?

"대학 진학을 위해 마산에 온 뒤 이내 마산에 뿌리를 내렸다. 일 년에 몇 차례, 마산에서 롯데 경기가 있을 때면 야구장을 찾곤 했는데 '야구 갈증'을 온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NC가 창단했고 2013년에는 1군 데뷔 첫해에 7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선수단 근성과 팀워크가 돋보였다. 나성범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시킨 김경문 감독의 안목은 물론, 경쟁을 통해 발전하려는 선수단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자주 볼 수 있으니 정이 가고 성적까지 좋으니 더 응원하게 되더라. 그렇게 한 해 두 해 NC를 향한 애정을 키웠고 지금은 완전한 'NC 팬'으로 바뀌었다."

-'엔씨다이노스의 꿈'이라는 응원가도 만들었다고?

"NC를 볼 때마다 혹시 내가 NC에 해 줄 수 있는 건 없나 고민하곤 했다. 2014년 어느 날 이승철의 '해낼 수 있다'는 노래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 직접 응원가를 만들어 보자고. 그렇게 2015년 2월 신나는 멜로디에 우리나라 스포츠 특유의 문화인 '떼창'과 희망적인 가사를 덧붙여 곡을 완성했다. 서울 음악발전연구소에 제대로 작곡이 된 건지, 표절은 아닌지 물어 합격점을 받고선 녹음도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저작권등록도 마쳤다. 사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학창시절, 교내 축구부를 응원할 때면 앞장서서 노래 가사를 개사하고 불렀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때 추억 때문일까. 성인이 되고 나선 총 11곡을 만들어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 물론 가장 아끼는 곡은 '엔씨다이노스의 꿈'이다."

-앞으로도 NC와 관련한 노래를 만들 계획이 있나?

"있다. 사실 이미 한 곡 더 만들어 뒀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가다듬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 흘러나오는 곡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응원가는 길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늘 기억하며 응원가를 써 갈 생각이다."

-혹 응원가를 선물하고픈 선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나성범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고 나서 팀은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 않았나. 그 속에 엄청난 노력이 깃들었으리라 본다. 그 성실함에 박수를 보낸다. 권희동 선수 앞에서는 직접 선물하고픈 응원가를 불러본 적도 있다. 이런 소소한 재미·도전을 이어나가고 싶다."

-NC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혹은 내년 새로운 야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길 때쯤 내 응원가가 울려퍼졌으면 한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구장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 앞에서 노래가 불릴 그런 날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저작권료도 따로 필요 없다(웃음). 그저 내 노래가 삶의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성적에 관계없이 영원한 NC 팬이다. 야구장에 안 갈 땐 휴대전화로 경기 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팀이 이기는 날이면 집에 가서 몇 번이고 하이라이트를 본다.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나는 하루다. 늘 팬과 함께하는 NC가 됐으면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 매력은?

"야구와 음악, 참 닮은 듯하다. 잡념을 없애고 피로를 씻어주고. 여러 사람을 한데 어우르게 하는 촉매제가 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그 속에 감동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 야구 또는 음악, 하나만 즐겨도 충분한데 야구장에 가면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 이보다 매력적인 게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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