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반론 제기로 문제점 더 드러나
결함 알고도 무시 안전불감증 만연 우려

'지난 3월 30일 개장 이후 한 달 동안 1만 9394명이 거제관광모노레일(이하 모노레일)을 이용했다. 5월 1일부터는 탑승시간을 현행 오전 9시~오후 5시(8시간)를 오전 8시~오후 8시까지 연장운행한다.' 지난 4월 말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가 '거제관광모노레일 연일 바람몰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다.

계획단계에서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모노레일, 이 자료만 보면 개장 한 달 만에 정상궤도에 올라 대박을 예고한 것이다. 하나, 이는 개발공사의 바람일 뿐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다.

지난 6일 한 차례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0시 50분께 모노레일 차량이 앞서 달리던 차량을 추돌하면서 탑승객 8명이 다치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개발공사는 이날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차량 간격을 유지하는 센서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차량 제조업체를 통해 안전 점검을 거쳐 8일부터 정상운행에 들어갔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사고를 계기로 기상 조건 악화에 따른 운행 지침을 마련하고 센서 기능도 강화·보완하기로 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최근 개발공사가 스스로 불씨를 다시 키웠다. 최근 지역 한 인터넷 매체는 개발공사가 모노레일 시공사에 5억 원 질권을 담보로 잡아 갑질을 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개발공사는 곧장 반박 자료를 내고 반론을 제기했다. 요지는 '모노레일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아 예기치 않은 고장에 대비해 질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박자료에는 눈으로 보고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빼곡했다. '모노레일 운영시스템은 전국의 다른 것과 완전히 다른 중앙관제 자동운행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시공업체도 설치를 통해 배우면서 운영시스템을 점검하는 시험무대나 마찬가지다. 준공검사 이후 시험운영에서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다. 배터리 운행방식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가 말썽을 일으켜 운영이 중지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차량 운행이 중지되는 사례가 숱하게 발생한다. 1개월 시간만 주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판단했지만 2개월이 지나고도 문제점에 대해 납득할 상황에 이르지 못해 다시 2개월간 질권 연장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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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공사가 모노레일에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행했음을 충분히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탑승객은 그들에게는 실적을 올려줄 숫자에 지나지 않았고 과격하게 말하자면 시스템 시험에 동원된 더미(실험용 인형)와 다름없었다. 또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개발공사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몹시 걱정스럽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숱한 대형사고들이 뇌리를 스친다. 차라리 논쟁 과정에서 정당성을 높이고자 과장한 내용이라 믿고 싶다. 아무튼 더는 개발공사를 믿을 수 없다. 감독 기관인 거제시는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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