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맞아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대지 위에 빛나는 별'전
1950년대 후반부터
시기별로 4단계 나눠
삶과 예술세계 조망
10월 31일까지 진행

이성자 화백님.

당신의 우주를 보았습니다. 화백님 탄생 100주년(1918~2009)을 맞아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 다녀왔어요.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이 반짝였습니다.

화백님이 진주시에 기증한 귀중한 작품 300여 점 가운데 70여 점을 만났습니다. 당신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30여 가지로 세세히 분류하지만 이번 전시는 화백님이 1950년대 후반부터 작업한 것을 4단계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이규석 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당신의 일대기를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대척지로 가는 길 △일무(一無)로 나누어 작품을 걸었습니다.

1958년 작 '론느계곡'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가정을 팽개치고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러 온 유한마담'쯤으로 여긴 재불 한국작가들 사이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마음이 아렸습니다.

당신의 우주였던 아버지의 죽음, 6·25전쟁, 남편의 외도, 세 아들과의 이별.

"슬픈 기억과 절망을 담고 있는 내장까지도 태평양 바다에 던져버린다"는 심정으로 비행기를 탔던 33살의 당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빛을 찾으러 간 프랑스에서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 입학해 그림을 배우셨지요.

"내가 붓질 한 번 하면, 이건 우리 아이들 밥 한술 떠먹이는 것이고, 또다시 붓질 한 번 하면 이건 우리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것이라고 여기며 그렸다"던 화백님.

무수한 빗살 모양의 직선들을 칠하고 긁어내며 또 덧칠하는 집중과 반복의 노동(대표 작품 '론느 계곡', '새벽의 속삭임')은 화백님이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러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화백님은 한국 최초의 도불 여성화가이자 프랑스에서 '동녘의 여대사'라 불리며 프랑스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1969년 작 '춤추는 언덕'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며칠 전 다녀온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프랑스 남쪽 투레트 쉬르 루에 있는 화백님의 아틀리에를 보았습니다. '은하수(1992년 준공)'였어요. 음과 양으로 상징되는 화백님의 작품이 실재했다니, 감탄했습니다. 화백님은 1969년 미국 여행 이후 도시를 표현하며 음양(대표 작품 '2월의 도시, 73', '춤추는 언덕')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음과 양은 동양철학이지요? 화백님이 동양의 사상을 서양 제작기법으로 내놓은 작품은 당신을 거장 반열에 오르게 했습니다.

화백님은 이제 '대척지로 가는 길'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한국으로 가는 길, 프랑스로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비행기 안에서 북극과 알래스카를 지나며 보았던 백야와 하얀 설산, 오로라는 당신의 작품 세계를 우주(대표 작품 '대척지로 가는 길, 3월.')로 확장했습니다.

또 인간이 돌아가야 할 진짜 안식처는 은하수(대표 작품 '은하수에 있는 나의 오두막, 8월 N.2, 97', '혜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12월, 98')라고 말한 화백님. 우주를 떠도는 유영과 같은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당신 또한 우주의 한 부분이겠지요. 통도사 성파 스님이 붙여주었다는 당신의 호 '일무(一無)'가 떠올랐습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1층에서 볼 수 있는 목판화 20여 점도 참 따듯했습니다.

"목판화를 통해 나는 자연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한다. 나는 분리될 수 없는 자연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목판화를 한다"라고 했던 화백님의 말을 되뇌며 진주시에 기증한 다른 작품 100여 점도 보고 싶어졌습니다.

1998년 작 '혜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시에는 화백님의 유화뿐만 아니라 목판화, 도자기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당신은 "고향 진주는 나에게 영원한 모천(母川)이다"라며 2008년 작품 376점을 진주시에 기증했지요. 그러면서 진주시가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지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진주를 찾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도 온다니 대단하지요. 이들도 당신을 그리워해 오는 7월 프랑스 남부 투레트 시립미술관에서 화백님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전시를 연다고 합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지난 3월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개막했습니다.

아마도 지금 우주에서 이 모습을, 지구를 바라보고 있겠죠?

화백님의 원천이었던 우주. 우주로 가는 길이 아주 기쁘고 개운했다던 당신의 말처럼 그곳에서 여행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곧 100세 생일(1918년 6월 3일생)이세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991년 작 '대척지로 가는 길'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