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정책이나 쟁점이 실종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라 단위의 정치나 외교 흐름과 무관하게 주민들의 일상적 삶은 영속적이며 주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욕망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선거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의 지방선거에서는 이를 반영한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

창원의 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이 최근 거주 지역 초등학교 주변의 통학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창원시장과 시의원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제안자들은 대부분 지역의 평범한 주민들로서, 평소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생활 문제 중의 하나인 통학 안전을 지방선거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참여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서울에서는 주민들의 선거 참여가 훨씬 더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초자치 선거구 단위의 주민 조직들이 주민의 목소리를 모아 후보들에게 공약을 제안하거나 정책 추진 의향을 질의하기도 하고 후보들로부터 정책을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기도 한다. 주민 참여형 선거는 지역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주민들의 요구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안고 있다. 통학길 안전, 주차장 문제, 쓰레기 분리수거, 밤길 안전 등에 대해 당적에 따라 반발하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주민 참여형 선거의 의미는 크다. 일상이 곧 정치임이 인식되고 선거가 주민의 일상적 욕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계기로 자리 잡을 때 지방선거가 대형 정치 이슈에 묻히거나 깜깜이선거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삶을 통해서 정책을 발굴하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본원에 부합한다. 후보들은 유권자의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고,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기 주변의 문제에 관한 한 지역 주민만 한 전문가는 없다. 그동안 유권자 개개인의 생각이 선거에서 표출되지 못한 것은 주민 조직이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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