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배운대로라면 사람이 사는 공간
실제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물건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상가 단지 예정지. 벽에 내걸린 펼침막 여러 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쓰여 있다.

'사업승인 완료, 비트코인보다 돈 되는 ○○○' '남들 다 돈 버는데 보고만 계실 건가요?' '시세 차 확실히 누리세요'.

부동산 투자를 유도하는 홍보 문구다. 나같이 관련 없는 사람도 눈길을 뒀으니 성공적인 홍보라고 해야 할까?

창원시 중앙역세권. 이곳에는 10개 넘는 각종 오피스텔·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 오피스텔 본보기집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는 그냥 구경만 하고자 했다. 그런데 한 담당자가 나를 밀착 마크했다. 그는 주변 여건서부터 시작해 각종 장점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중심에 놓여있는 건 '투자 개념'이었다.

"사장님, 사놓기만 하면 돈 됩니다. 이곳은 오피스텔 임대보장제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2년간 임대를 하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공실 분에 대한 돈을 지원해 드립니다." "인근 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병원이 들어서면 서울 쪽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기에, 그 사람들 숙소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수요층은 아주 다양합니다."

나는 딴죽을 걸어보았다.

"저는 여기서 살 목적으로 알아보는 중인데요…."

그는 "아, 그러세요?"라며 약간 당황하는 듯했다. 이때부터는 "주거하기에 아주 편리하다"며 내부 구조 장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을 대략 살펴봤다. 40~50대로 보이는 이가 다수를 이뤘다.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이곳을 알아보는 것으로 보였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부동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 각종 기관에서 내놓는 자료를 자주 접한다. 자료 관점은 대부분 집을 보유한 이들 쪽에 놓여있다. 아주 단순히 생각하면, 집 없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뒤로 둔 채, 집을 보유한 이들과 투자자 처지에서 어떻게 판단하는 게 좋을지를 자세히 안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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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민원 관련 제보를 더러 받는다. 제보자 마음과 달리 그곳 대부분 주민은 기사화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안 좋은 소문나서 집값 내려가면 어떻게 하려고…"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각 시·군청 앞은 사람들 집회로 종종 떠들썩하다. '왜 하필 우리 사는 곳에 혐오시설이냐'는 문구가 붙어있다. 민망함에 '집값 떨어져서 안 된다'고 속 시원히 말 못하는 그들 심정이 짐작된다.

어릴 적, 책에서 배운 집이란 사람 사는 공간이며, 상가는 장사하는 공간이었다. 세상에 나와 접해보니 주택·상가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부동산업계가 흔히 쓰는 '실수요자'라는 표현, 참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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