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긴 소식들 가운데 구본무 회장의 부음
귀감되는 삶 통해 '메멘토 모리' 떠올려

'젊음을 보전하는 일과 선을 행하는 일은 쉽다. 일체의 비열한 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일도. 그렇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 일, 그것은 배우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일을 만난다. 기쁜 일과 슬픈 일, 화가 나는 일 등 무수한 일 속에서 헤세는 미소를 잃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은 잔인했다. 웃고 싶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위선적이기도 해서 처음에는 그 말에 반감을 가졌다.

젊음을 보전하는 일이 미소 짓는 일보다 쉽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 말의 의미도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일의 진정한 속뜻을 알게 되었다.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초월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아주 친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이 하나씩 내 곁을 떠나가거나 깊은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일처럼 슬펐다. 고인이 된 친구가 보내 준 책을 읽으며 언어들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깨달았으며,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다가왔다.

떠나간 사람들의 기일이 다가오면 공연히 심란했다. 꽃이 지면서 사람도 따라 지는 것인지 아름다운 오월에 여기저기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들에 우울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서는 슬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하며 그들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다. 창밖 꽃잎들도 바람에 하르르 떨어지며 위로해 주는 것 같다.

속울음을 삼키고 애써 웃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들에 대한 위로는 오히려 자신의 위로이며 자신을 버티는 힘이란 것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가까이서 함께 지내온 지인들이 하나둘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함께한 사람들이 곁에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기에 혼자 속앓이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연한 죽음을 보고 한동안 여운에 가슴이 찡해 왔다.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의 죽음은 대한민국 국민 가슴에 잔잔한 미소를 남겼다. 평생 남에게 베풀고 살며 1년 동안 뇌종양으로 투병하면서도 연명치료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영면한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마지막까지 소탈하고 의연하게 삶의 여정을 걸어간 사람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장례식도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른 그의 죽음에 관해, 사람들은 감탄만 할 수 있지만 그와 가족들처럼 의연한 죽음을 실천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삶의 끝을 정할 수 있을까.

그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의미인 '메멘토 모리'라는 라틴어 낱말이 떠오른다. '겸손하게 행동하라'라는 의미라고 한다. 삶이 죽음을 견제할 때 오히려 합리적인 삶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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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의 여정 속에서 겸손하게 살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산다면 아름다운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에서는 끊임없는 바람이 파도를 만들어간다고 한다. 우리 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엇이며 파도는 무엇일까.

세찬 바람이 불 때도 있고 순한 바람이 불 때도 있을 것이다. 바람에 맞서지 말고 순응하며 항해를 한다면 잔잔한 바다가 우리를 맞이하리라 믿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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