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태도 변화로 까마득하게 꺼져가는 줄 알았던 북미정상회담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이 북한과 워싱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며칠 한반도의 운명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늘과 땅을 오르내렸다. 사실 북미 간에 해묵은 반목과 불신이 단숨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섣부른 생각일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아무리 양국 간에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부합하고 명분이 합치한다 해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어긋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미와 주변국 간의 신뢰관계가 살얼음 같은 현실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은 당사자 간의 확고부동한 신의와 의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순간에 남북 정상이 모든 격식과 장애를 뒤로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뜻을 전 세계에 천명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남북이 평화와 번영, 상생의 길로 나아가려면 먼저 북미관계란 큰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회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 불가침협정, 평화협정, 상호 교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때까지 경계를 멈추어서도 안 된다.

남북 간의 자주적인 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과 주변국 관계의 중심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운전자론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개척하는 데 필수 요건이다. 우리 민족과 국가의 명운을 스스로 결정할 절체절명의 기회가 오고 있다지만 앞길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당사자 말고 누가 그 길을 대신 이끌어주겠는가. 우리 손으로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시키고 평화협정까지 끌고 가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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