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표현 변경 요청에 강연자 "검열" 강연 거절

"한 대학 인문학 강좌에 강사로 나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최 측으로부터 '대한민국이란 이름에 가린 학살의 역사'라는 제목이 선정적이라고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학살'이라는 단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강의를 안 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해원>을 제작해 개봉한 구자환 감독이 창원대와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하는 한 인문학 강좌에 강사로 나서려다 취소한 사연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구 감독은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내달 14일 '대한민국이란 이름에 가린 학살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려다 '학살'이라는 제목이 선정적이라 바꿔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하며 강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검열받으며 강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학과 시민단체도 각자 입장이 있으니, 제 강의는 안 하기로 하고 다른 강좌로 대체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창원대학교 시그니춰 (심볼_아래쪽 로고).jpg

이에 대해 경남민언련은 구 감독과 창원대 양측을 존중해서 결정했다고 했다. 경남민언련 관계자는 "감독과 대학 양쪽 생각을 듣고 결정했다. 대학에서 강의 제목의 '학살'이라는 표현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폭력' 정도로 했으면 하고 제안했는데, 감독은 이름에 모든 게 들어가 있다고 제안을 거절했다. 양측 입장을 존중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창원대 측은 강좌 취소가 아니라 제목만 바꿔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이 강좌는 비교과 과정이다. 대학이 비용 지원을 하고 시민단체에서 섭외를 한다. '학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대학 강단에서 하기에 너무 강한 것 같아서 다른 표현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이 안 하겠다고 했다. 진행하다 보면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