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 지지층 확보 반대급부로 보수 결집 계기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자의든 타의든 보수·과거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선거 판세에 미칠 정치적 이해득실이 주목되고 있다.

보수·과거세력에 대한 비판 또는 선긋기는 진보·개혁 성향 지지층 결집에 물론 도움이 되지만 역으로 보수층 반감과 불안감을 자극, 그들이 결집할 촉매제가 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경남은 오랫동안 보수 민심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여온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좀 더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 측은 24일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조선·중앙·문화일보 기자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모두 이른바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관련 기사로, 이 같은 허위보도에 대한 법적 조치는 벌써 총 8건에 달한다고 캠프 측은 전했다.

캠프 측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언론은 조선·중앙 등 대표적인 보수지들이다. 보수언론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경한 대응은 어찌 됐든 보수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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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후보./경남도민일보DB

예의 김태호(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측은 "김경수 후보가 언론의 사실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겁박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비판 언론을 적으로 삼는 태도는 여론조작 주범 의혹 못지않게 충격적"이라고 '갈라치기'에 나서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또 출마 직후부터 줄곧 "이번 선거는 '미래팀'과 '과거팀'의 대결"임을 강조해왔다. 24일 후보 등록을 하며 밝힌 것처럼 "홍준표(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후보가 함께하는 과거팀이 다시 경남을 뒤로 돌릴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가 함께하는 미래팀이 경남 위기를 극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거로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논리다.

도내에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홍 대표를 김태호 후보와 '원팀'으로 묶어냄으로써 김 후보의 확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이지만 '과거는 악' '미래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태도는 자칫 또 보수세력 결집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 8일 열린 경남지사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김태호 후보 공격 지점이 그랬다.

김 후보는 "김경수 후보가 경남의 지난 30년을 적폐로 몰고 있다"며 "산업화·근대화 과정에서 3·15의거, 부마항쟁 등을 이끌었던 도민 정신을 폄하하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김경수 후보가 "3당 합당 이후 30년 동안 경남은 1당 독점 지배였다. 그것이 현 위기의 원인"이라고 한 데 대한 맞불이었는데 '과거세력과 결별' '미래팀' '새로운 경남'을 내세우는 김경수 후보를 보수층이나 고령층 등에 적대적인 인물로 규정하려는 전략에 다름 아니었다.

김경수 캠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의식적으로 보수세력에 각을 세우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려는 선거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과거 구분은 보수층을 겨냥한 게 아니라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조선·중앙일보 고소도 보수언론이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을 다하지 않고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언론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것이지 정략적 판단 같은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쨌든 보수세력과 우리가 충돌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김경수 후보는 진보·보수를 넘어 오직 경남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내놓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책 중심 선거가 진보·보수층을 가리지 않고 경남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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