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일꾼이 내 삶을 바꾼다] 거창 가 선거구
젊은층 많아 '쏠림'약화…10명 출사표 내 혼전 벌여
한국당 탈당 민주당 후보, 무소속 5명 표밭갈이 분주

거창군의회 가 선거구인 거창읍은 군 전체 인구의 65%가 넘는 4만 1000여 명이 산다. 군 단위에 속한 읍으로는 인구는 물론 도시 규모가 전국적으로도 큰 편에 속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텃밭인 영남권임에도 그동안 비교적 야성이 강한 지역으로 꼽히며 진보진영이 일정 지분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7대 군의회 선거 때는 도내 군 단위 중 유일하게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상을 과시라도 하듯 3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 무려 10명이 출사표를 내 혼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 비율이 높은 까닭에 특정 정당으로 분위기가 쏠리기보다는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한 유권자 비중이 높아 표심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또한 지리적으로 읍 중앙을 위천천이 관통해 예부터 이해관계나 지역 정서가 강남·북으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선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작용한다. 이번 선거에도 강북 쪽 6명, 강남 쪽 4명이 출마해 지역 구도를 자극할 여지가 다분하다.

7대 군의회에서 자유한국당 2명과 무소속 1명을 배출했던 '가' 선거구는 현역 의원 가운데 재선 출마가 유력하던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고 무소속 재선 의원은 도의원으로 돌아서 자유한국당 표주숙 의원만 유일하게 재선 도전에 나서 큰 폭의 물갈이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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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최정환(53) 후보가 공천장을 거머쥐고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시절부터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자유한국당을 지난해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기 때문에 이런 변신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와 이에 따른 부정적 기류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울러 현 양동인 군수 움직임도 변수다. 2016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양 군수는 지난해 전격적으로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진보세력 입지가 확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재선에 도전한 양 군수가 당내 경선에서 패해 이런 분위기가 한풀 꺾였고, 이 점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야당으로 처지가 뒤바뀐 한국당은 공천 단계에서부터 구인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현 군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홍일점 표주숙(51) 의원을 비롯한 김봉석(50), 이수원(63) 등 3명을 공천했으나 과거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남북 상황에 따라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분위기 반전과 함께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도의원 공천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탈당 후 바른미래당 군의원 출마로 돌아선 김석태(48) 후보를 냈으나 다른 경쟁자들은 이 같은 구도 변화가 자신들에게 미칠 파문을 두고 셈이 분주하다.

무소속으로는 김병길(60), 김향란(여·54), 백영도(52), 성창헌(44), 신중량(53) 등 5명이 나선 가운데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며 표밭갈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직 마을 이장인 김병길 후보는 열혈 성격으로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이다.

비례대표이긴 하지만 군의회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하던 김향란 의원은 지난 2014년 총선에서 당시 지역 이슈였던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와 관련해 한국당 강석진 국회의원을 응원한 것이 해당행위가 돼 당원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활발한 의정활동을 해왔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것이 빌미가 돼 당 공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해 밑바닥 훑기에 여념이 없다.

백영도 후보는 지역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와 관련해 이전을 원하는 측 추진위원장을 맡아왔으며, 여세를 몰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가장 늦게 뛰어든 성창헌 후보는 지역 내 각종 단체에서 꾸준히 봉사해온 경험을 살려 의회에 진출해 제도권에서 더 큰 봉사를 하겠다는 욕심이다.

신중량 후보는 지난 2014년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아쉬움을 이번엔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로 일찍부터 차분하게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민주당 성향 후보가 몇 명이 당선되느냐이다. 또한 무소속 후보들이 이 틈바구니를 어느 정도 파고들 수 있을지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이들 무소속 출마자 가운데 두드러지게 앞서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고 보면 막판까지 서로 피 말리는 접전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거창읍 3명의 당선자가 누구이든지 간에 박빙의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후보들 속이 탈 수밖에 없고 발걸음도 바쁘다. /이상재 기자 s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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