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19) 이래도 지방선거 도전할 텐가
물 쓰듯 선거비용 지출 땐 돈 있는 이와 '딜'하게 돼
후보자 경력 꼼꼼히 확인, 주민소환제 강화도 필요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특혜에 소신 없으면 '유혹' 못 이겨
이권·공명심에 '눈먼 자'들 의원 되면 안 될 사람 1순위

"실상이 이래도 도전할 텐가?"

오늘 기획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에, 혹은 지방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에게 던지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거제시의원, 경남도의원 경력의 김해연 전 의원은 지방의원 후보들에게 물었다.

"로비 구덩이인 걸 과연 알고 있나? 주택, 건축, 도시계획…. 인허가 관련 건건마다 의원들은 로비를 받게 돼 있다. 소신이 없으면 그거 극복 못 한다. 4년 내도록 로비 구덩이에서 허우적대게 돼 있다. 그러다보면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은근슬쩍 통과시키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주문도 생생하고, 독하기는 마찬가지다. 조광일 전 마산합포구청장은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현 6기까지 단체장 364명이 기소됐다. 4명 중 1명이 기소됐다는 거다. 그중 많은 수가 쇠고랑을 찼다. 왜 그런 줄 아는가?"

지방자치단체장 지위·권한

무엇 때문일까? 조광일 전 구청장이 돌리지 않고 답했다.

"100% 선거법 위반 아니면 뇌물수수였다. 불법으로 돈을 쓰거나 돈을 받았다는 거다."

"소신을 갖고 도전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보다는 입신출세나 사리사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민심을 업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쇠고랑 차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에 함양군수, 고성군수, 함안군수를 봐라."

조광일 전 마산합포구청장. /경남도민일보DB

"자치단체장이 처리하는 인허가권이 특히 그렇다. 악마와 결탁하고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거 나가려면 시간과 조직, 돈 3박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를 하려니 이런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돈 있는 이와 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단체장 후보들에게 당부했다.

"당신이 공과 사 중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있다면 도전하라. 그러려면 주민과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역이 처한 현실, 현안을 직시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역을 경영해야 한다. 자신 있나?"

그는 유권자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후보자들 경력을 유심히 봐야 한다. 깜이 되는지, 능력이 되는지, 범죄 우려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이런 걸 유권자들 판단에 맡기지 않고 시스템으로 검증하는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

조광일 전 구청장은 시스템 개선 방안을 이렇게 제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신분상 직무상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옛 임명제 때는 바로 인사조치했다. 지금은 형사법상 소추되지 않는 한 임기 동안 어쩔 수가 없다. 그런 권한을 박탈하려면 주민소환제를 강화해야 한다. 주민소환은 주민에 의한 불신임제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의원, 교육위원, 단체장 등 지방공직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환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다음은 교과서적이지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내외적으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포함한 자치단체 전체를 대표하는 지위를 가진다. 자치단체 내부기관인 집행기관의 장으로 지방의회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치단체의 각종 사무, 즉 자치사무와 국가의 위임사무를 총괄 집행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우선 집행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이다. 자치단체장이 행사하는 행정권한으로는 규칙제정권, 관리집행권, 소속 직원에 대한 임면권 및 지휘감독권이 있다.

다음,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에 대해 행사하는 역할이다. 첫째, 조례안과 예산안 등 의안을 제출하는 권한을 갖는다. 둘째, 지역사회를 위해 시급한 의안 의결 등 필요한 경우 지방의회 의장에게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권한을 갖는다. 셋째,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넷째, 지방의회의 사무처장 등 사무처 직원들을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임명하는 권한을 갖는다.

끝으로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 가운데 긴급한 처리가 요구되는 사항이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방의회가 성립되지 않거나, 지방의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결이 지체돼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먼저 처분부터 하는 '선결처분권'을 갖는다.

지방의원의 역할

지방의원의 지위와 권한, 역할은 어떻게 요약될까?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문제를 풀어보자.

Q.다음 중 시·도의회 역할이 아닌 것은?

1. 시·도 주민들을 대표한다.

2. 조례 제정과 개정·폐지를 담당한다.

3. 자치단체의 의사를 최종 결정한다.

4. 시·도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법을 만든다.

5. 시·도 주민들의 불편한 점을 직접 해결해준다.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치단체장 권한과 의결기관으로서 시·도의회 기능이 헷갈리면 3번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정답은 5번. 주민들의 불편한 점을 직접 해결하는 기능은 표면적으로 행정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주민을 대표해 조례를 만들거나 심사하는 일이다. 조례는 그 지역의 '법'이다. 조례에 따라 그 지역 쓰레기봉투 값도 정하고, 통반장 임기도 정하고, 사회단체 보조금도 지원한다. 이를 입법기능이라고 한다.

다음은 의결기능이다. 위 문제 보기 중 '자치단체의 의사를 최종 결정한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의회는 자치단체의 주민 부담에 관한 사항, 예산의 심의·확정, 결산을 승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자치단체의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끝으로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집행하고 있는지를 감시·통제한다. 행정사무감사, 의견 청취, 시정질문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

이들 3가지 주요 기능을 위해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과제는 '전문성'이다. 전문적 입법·의결·감시 기능을 위해 '흉내만 내지 말라'는 것이다. 전문성 있는 지방의원을 보장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유권자가 그런 사람을 가려 뽑는 방법, 선출된 의원이 잘 하는 방법, 그리고 그렇게 하게끔 객관적 조건을 제공하는 방법 등이다.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 /경남도민일보 DB

여기서 김해연 전 의원이 일침을 날렸다.

"조례 제정? 의결? 그런 것보다 집행부 감시·견제가 최우선이다. 존립목적이 그것이다. 근본 목적이 여기에 있었다. 그 다음이 입법·의결기능이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소신이 있어야 한다. 워낙 로비를 많이 받으니까 이게 최우선이다. 집행부가 처리하는 이권사업 심의·의결하려면 그렇다. 특히 집행부가 갖는 인허가 기능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주택과, 건축과는 예산이 별로 없지만 인허가가 대부분이다. 끊임없이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한다. 한번 맛들이면 계속 설탕, 꿀을 찾게 된다. 도시계획은 의회에서 의견 청취를 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엄청난 특혜가 끼어 있다. 로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 변경안, 아파트 건립 사업계획 승인, 공장 유치, 혐오시설 유치 건도 그렇다.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해당 업체는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로비한다."

"후보들은 자신이 왜 의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 목표가 다 다르다. 자기 이권을 지키려는 사람이 많다. 건설업 등 자기공명심으로 나가는 사람도 문제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이런 사람들이 의원이 되면 안 된다."

지난 3월 2일 창원시 의창구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장선거와 도·시의원선거에 나올 예비후보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