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묵살·운영 미숙

하키협회의 미숙한 경기운영에 어린 소녀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충북 일원에서 열리는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하키종목 경기는 제천시 청풍명월국제하키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27일 대한하키협회 주관으로 열린 준준결승 온양한올중과 김해여중 경기에서 '고의'가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심각한 오심이 일어났다.

2쿼터 한올중이 선취득점하면서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3쿼터가 시작됐다.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던 중 한올중 페널티라인 안쪽에서 공이 한올중 선수 발에 맞는 파울이 일어났다. 이 경우 김해여중에 페널티코너가 주어지는 게 정상이었지만 이를 보지 못했는지 두 심판은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그러자 김해여중 주장은 물론 벤치에서도 비디오 판독과 타임을 잇따라 요청했지만 경기가 계속 진행되면서 서너차례 양쪽으로 공이 오가는 공방이 벌어져 비디오 판독을 할 기회가 없었다. 원칙은 경기 도중에 벤치나 주장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면 심판은 이를 들어줘야 한다.

27일 제천 청풍명월하키장에서 열린 여중부 준준결승 한올중과 김해여중 경기가 끝난 후 김해여중 선수들이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에 진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정성인 기자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던 중 김해여중 쪽에서 골라인 밖으로 공이 벗어나면서 인필드 상황이 해소됐는데도 심판은 비디오판독 요청과 타임 요청을 모두 무시했다. 이렇게 속행된 경기에서 한올중이 추가 득점하며 2-0 승리를 가져갔다.

김해여중 벤치에서는 격렬히 항의 했지만 심판은 끝내 오심을 바로잡지 않았다.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오심이었지만 심판이나 감독관 측에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김해여중은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심판의 경기운영 잘못을 나무랐다.

흔히 구기 종목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경기 내용을 잘못 봤다거나 잘못 판단했다는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판정이 있을 수 있으니 비디오 판독을 해보자는 요청을 묵살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오심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경기가 끝나고 김해여중 선수들은 하나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져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심판 잘못으로 경기를 도둑맞았다는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소년체전부터 공식적인 시·도별 메달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경쟁에만 내몰려 승부에 집착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 같은 미숙한 경기운영으로 어린 선수들이 흘린 눈물을 대한체육회와 하키협회가 닦아줘야 한다는 게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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