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Backlash·반격). 사회·정치적 변화로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의 반발 현상.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가 쓴 <백래시>가 지난해 말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국내 독자들은 1991년에 출간된, 1980년대 미국을 2018년에 읽었다. 그녀가 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의 정의는 이렇다.

'여성이 크게 활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독립성에 대한 적개심'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증상, 무엇보다 이 증상들이 급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백래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책장에서 다시 꺼낸 이유는 백래시가 매일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여성 단체 시위에 염산 테러를 가하겠다고 예고한 20대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배우 유아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수지 페미'로 검색되는 기사들, '꼴페미'라는 폄하까지.

한국어판 출간을 기뻐하며 읽어내려갔던 처음과 다르게 <백래시>가 점점 힘들게 읽힌다. 활자가 툭 튀어나와 나와 맞서려고 한다. '여성은 가족과 일, 둘 다를 가질 수 없다',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여자들이 출산율을 낮췄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이기적인 엄마들' …. 수전 팔루디가 제시한 반격의 언어들이 지금 이 순간의 우리라 소름이 돋는다. 기시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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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6·13 지방선거의 나의 선택은 백래시에 대한 백래시다. 여성을 저임금 판매직과 행정직이라는 노동시장에 편입해 놓고 해고는 가장 처음에 승진은 가장 마지막에 하는 반격을, 보육서비스나 육아휴직을 제공하지 않고 성희롱에 꼼짝 못하게 만들어서 간단하게 반격의 힘을 다시 강화하는 이들의 백래시를 반격하겠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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