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무용단 창작 무용극 <싸가지 놀부전>
고전소설 <흥부전> 재해석
기존 '권선징악'스토리에
현대적 요소로 재미 더해

마당놀이와 무용극이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창원시립무용단 창작 무용극 <싸가지 놀부전>은 형식부터 궁금증을 일으킨다.

공연의 바탕은 한국 고전소설 <흥부전>이다. '권선징악' 요소를 다룬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은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만큼 새로운 구성이나 면모를 보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악한 형·선한 동생,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는 동물(제비)이 등장하는 구성은 원작 그대로다. 재물에 눈이 멀어 선의를 저버리고 동생의 행동만 그대로 흉내 낸 형이 벌을 받는다는 형식이나 중심 등장인물도 원작과 똑같다. 원작 골격을 살린 셈이다.

창원시립무용단 창작 무용극 <싸가지 놀부전> 연습 장면. /최환석 기자

가장 특별한 변화는 이번 공연이 무용극이라는 점이다.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모든 이야기는 몸짓으로 전해진다. 몸짓은 난해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더불어 흥부가 박을 타자 램프의 요정으로 잘 알려진 '지니'가 등장하고, 배경 음악으로 소녀시대 곡 '소원을 말해봐'가 나오는 등 현대적 색채를 가미한 부분이 도드라진다. 무용수 예닐곱 명이 움직이는 대형 구렁이, RC카(무선조종 자동차)가 등장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원작에서 살짝 비켜난 부분이지만 주제 의식을 잘 드러내는 도구로 쓰인다.

창원시립무용단 창작 무용극 <싸가지 놀부전> 연습 장면. /최환석 기자

또 하나 특징적인 요소는 공연 제목과 연관성이 있다. 놀부가 제비에게 받은 박을 타자 놀부와 똑 닮은 '싸가지 없는 놀부' 여럿이 나타나는데, 배우 윤문식이 '싸가지 놀부' 한 명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마당극에서 입지를 다진 윤문식이 보여줄 연기는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하다.

창원시립무용단 제57회 정기 공연 <싸가지 놀부전>은 전반적으로 원작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은 작품으로 풀이된다.

공연은 △여는 문 △제1장-쫓겨난 흥부 놀부 집에 문안인사 갔다가 △제2장-강남 간 제비가 날아들다 △제3장-구렁이의 습격 △제4장-대박 난 흥부네 △제5장-제비 몰러 나간 놀부 △제6장-쪽박 찬 놀부네 △제7장-용서와 화해의 장 △닫는 문 등으로 구성했다.

공연은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창원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70분 공연. 무료. 만 4세 이상 관람 가. 문의 055-299-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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