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다비드 모르방, 세브린 트레푸엘, 베르나르 르브룅(해설) 지음
전쟁 실상 찍은 로버트 카파 소개
노르망디 상륙작전 담은 사진 등
역사적인 순간 생생히 전달하기도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카파이즘 또는 기자정신으로 대변되는 이 말을 남긴 로버트 카파를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로 담은 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의 전반부는 그래픽 노블이고, 후반부는 사진 다큐 해설서다. 그리고 후반부 시작하는 지점에 로버트 카파의 'The Magnificent Eleven 최고의 열한 장'이 한 페이지에 한 장씩 차지하고 있다.

로버트 카파는 카메라를 잡고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팔레스티나의 이스라엘 독립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등 5번의 큰 전쟁터를 누비며 전쟁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은 전설이다.

<로버트 카파 : 살아남은 열한 장의 증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인 1946년 6월 6일 오마하 해변의 지옥 같은 전장과 카파가 남긴 열한 장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다.

선발된 20명의 종군기자 중 사진기자는 4명이었고, D-day인 6월 6일 출발하는 사람은 카파와 랜드리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랜드리가 노르망디에서 찍은 사진은 런던으로 옮기던 중 사라져버렸다. 카파의 사진도 필름 네 통 중 세 통은 인화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날아가버리고 한 통에서 건진 11장이 전부다. 그 열한 장이 이 책의 중심 이야기다.

199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첫 20여 분의 오마하 해변 전투 장면은 카파의 사진 11장이 바탕이다. 전쟁의 분위기를 전하듯, 사진은 살짝 흔들려 초점이 맞지 않았다.

20년 만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다시 봤다. 책에 실린 카파의 11장 사진, 도미니크 베르타유의 그림, 영화의 장면은 일란성 세쌍둥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더 친숙하여 카파의 사진과 도미니크 베르타유의 그림이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p86.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의 재량과 특수효과를 통해 오마하 해변에서 일어난 지옥을 영화 속에서 성공적으로 재현해냈다. 그해 5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다. 스필버그는 인터뷰에서 늘 이렇게 말했다. "로버트 카파의 The Magnificent Eleven(D-day 최고의 열한 장)이 없었다면 나는 그 끔찍한 현실을 상상하거나 영화로 묘사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사진은 역사적 순간을 이미지 속에 사로잡은 유일무이한 자료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로버트 카파가 '6월 6일의 눈'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로버트 카파의 열한 장의 사진은 인류의 소중한 기록이다. 카파이즘에 가장 충실한 기록을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기를.

서해문집 펴냄, 100쪽, 1만 6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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