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동원(필명 드루킹) 씨의 옥중편지가 공개됐을 때 기자는 좀 뜬금없지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떠올랐다.

2015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과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자 다수의 주변 사람 반응은 "홍준표 끝났구먼"이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홍 전 지사의 항변에도 거의 '유죄'를 기정사실화한 주장과 보도가 이어졌고 실제 그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추징금 1억 원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1심 후반부부터 모든 재판을 빠짐없이 지켜본 기자도 처음엔 단정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무죄보다 유죄 쪽에 기울어 있었다.

생각이 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6년 10월 개시된 2심 재판부터였다.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에서 허점이 다수 발견됐을뿐더러 홍 전 지사의 금품수수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꽤 오래전, 즉 2011년 6월 발생한 일이라고 하나 홍 전 지사와 성완종·윤승모 양측이 접촉한 흔적이 전혀 없었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1억 원을 건넸다는데 목격자나 출입기록 등도 검찰은 확보하지 못했다. 남는 건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메모와 육성녹음 파일 등 '일방적인 증언'뿐이었다.

물론 그래도 주변 분위기는 변함 없었다. 홍 전 지사를 싫어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유죄 확신도 큰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의 성정이나 그에 대한 호불호가 범죄 여부를 판별할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이에 기반해 기사를 쓰고 신문을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끊임없이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터졌다.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지난해 대선 전 인터넷 댓글 조작 도구인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시연을 지켜봤다는 드루킹의 증언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나와 당신의 생각을 다시금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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