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공무원의 버스운행지원 구두 약속
인사로 담당자 바뀌자 약속 '모르는 일'

지나온 이야기 한마디 할까 합니다. 그리 썩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습니다. 요즘 제가 종교 공무원이 되는 것 같아 반성하며, 거울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교구청(敎區廳)에서 일한 지 이제 겨우 1년 4개월에 불과한데, 생각하는 것이 점점 예전 제가 알던 공무원을 닮아 가는 것 같아서입니다. 대다수 열심히 일하시는 공무원들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제가 겪었던 일을 통해서, 최소한 그렇게는 되지 말자는 반성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10년 전쯤, 복지관에서 일할 때입니다. 스포츠 센터 회원들을 위해서 45인승 대형 버스를 운행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원 수보다 턱없이 부족한 좌석 수와 운행 횟수 문제 때문에 버스 운행을 중단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오랜 시간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회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서 내린 결론이 아예 운행을 중단하든지, 시에 증차를 요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10월쯤에 담당 공무원에게 그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담당 과장이 부랴부랴 복지관으로 달려왔습니다.

긴급하게 운영위가 소집되었습니다. 운영위원장님은 시청에 영향력이 꽤 큰 분이었습니다. 시의원도 한 분 계셨고, 대학 교수님까지.

운영위원들께서도 이미 회의를 통해서 공유한 일이었고, 그 절박함을 아시기에 기꺼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와주셨습니다. 회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의 지원 없이는 더는 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는 복지관 측과 어떻게든 운영을 해 달라는 시 측의 주장이 팽팽했습니다.

긴 회의 후에 담당 과장님이 마지막 제안을 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만 운행을 해주시면 시에서 과감하게 지원을 해 드리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겠다 싶어 수락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복지관에서 공문을 보낼 테니 시에서 공문으로 답해 달라는 것입니다.

과장은 난색을 보이며 "이 자리에 운영위원장님도 계시고, 교수님에 시의원까지 계시는데. 제가 어떻게. 더구나 신부님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믿어 주십시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믿지 않으면 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 구두 약속을 하고 회의는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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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다른 비용을 아껴서 겨우겨우 운행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다음해 3월을 앞두고, 2월에 시 인사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담당 과장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이분은 진실로 자신이 인사 대상인지 몰랐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과장은 버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일을 돌아보며, 종교인은 일보다 자신이 믿는 분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야 함을 배웁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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