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뽑자, 경남도의원] (2)창원5 선거구
민주당 원성일·한국당 강기일·민중당 황경순 등 4파전
진보진영 단일화 여부 주목 … 여 - 강 '리턴매치'도 관심

진보의 수성이냐, 보수의 설욕이냐, 집권 여당의 힘이냐….

경남 정치 1번지 창원. 그중에서도 성산구 중심에 자리한 경남도의원 창원5(사파·상남동) 선거구는 지방선거 때마다 '핫플레이스'로 여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성산구는 2000년대 들어 민주노동당 권영길(17·18대) 의원을 배출하면서 '진보 정치 1번지'로 거듭난 이후 2012년 새누리당 강기윤(19대)-2016년 정의당 노회찬(20대) 의원 당선으로 정치적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창원5 선거구는 2010년, 2014년 진보정당 소속 여영국 현 도의원이 재선했다. 여 의원은 도지사, 창원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다 지난달이 돼서야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여 의원 아성에 도전할 인물로는 더불어민주당 원성일, 자유한국당 강기일, 민중당 황경순 후보가 채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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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없는 진보, 수성 가능? = 주거지(사파)와 상업지(상남)가 고루 발달한 이곳은 창원지역 민심의 척도라고 할 만큼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비단 이번 지방선거가 아니라 향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바라본다면 어느 정당이든 이 선거구에서 도의원을 배출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번도 차지해보지 못한 이 지역에 새 깃발을 꽂는다는 각오다. 한국당으로서는 민주·진보진영 후보를 꺾고 창원 보수의 힘을 다시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정의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은 '진보 정치 1번지'로서 성산구 명맥을 유지하려면 이 지역 사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진보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여영국-황경순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방식을 두고 견해차가 커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민중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요구했지만, 정의당은 "지역대표를 뽑는데 유권자와 관계없는 조합원 총투표 방식은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지난 몇 차례 선거 과정에 단일화 관련 창원 내 민주·진보진영 간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리기 쉽지 않을 모양새다.

◇여영국-강기일 리턴매치 주목 = 진보 후보 단일화가 없으면 선거는 4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여 의원과 강 후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 대결을 벌이게 된다. 비록 지난번 같은 1 대 1 구도는 아니지만 당시 결과가 두 사람에게 남긴 '영광'과 '상처'는 남다르다. 두 사람 간 득표율은 3.81%p, 득표는 1524표 차였다.

당시 승리로 여 의원은 '진보정당 소속 유일 광역의원' 타이틀을 얻는다. 이때 형성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2년 뒤 총선에서 노회찬 전 의원을 성산구로 모셔(?)와 당선시켰다. 홍준표 전 도지사와 격한 대립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반면 강 후보 낙선은 강기윤 의원을 중심으로 성산구 내 진보 아성을 무너뜨리고, 확실한 보수 우위를 점하려 한 새누리당 전략에 오점을 남긴다. 이는 2년 뒤 강 의원이 재선 도전에 실패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친다.

강 전 의원은 노 의원에게 상남동에서 1818표, 사파동에서 3655표 차로 졌다. 다른 동 지역은 평균 1500 표 안팎의 차이가 난 데 비하면 다소 큰 격차였다.

◇민주·진보 분열 한국당에 기회? =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민주당이 여당이 돼 민주·진보진영 간 단일화는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원성일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을 향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선거를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진보-보수라는 거대 담론 속에 실종된 지역구 내 생활정치를 복원하겠다"며 "행정학을 전공하고, 금융권에서 일한 전문성을 발휘해 도와 지역주민 삶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단일화와 별개로 진보정당 후보 간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황 후보는 편의점 노동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여 의원은 홍준표 전 지사 불통 도정에 온몸으로 맞서 유권자 도민의 생존권을 지키려 한 지난 4년 노력을 극대화하는 데 힘 쏟고 있다.

이 같은 민주·진보진영 각개전투가 한국당 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강 후보는 "결코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지난 선거 때 지역에 연고도 없는 민주당 시의원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했다"며 "창원공단에 민중당을 지지하는 노동자 표가 민주당보다 적지 않고, 지역구 시·도·국회의원을 모두 보유한 정의당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늘 열세에 있다는 생각으로 유권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많은 주민이 반대와 투쟁으로 내 삶, 내 동네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지역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꼭 해결됐으면 하는 민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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