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선생 묘소에 아내 이수자 여사가 심은 꽃나무 수 그루를 뽑은 50대가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통영경찰서와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ㄱ(54) 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께 선생의 묘소 주위에 심은 꽃나무 두메별꽃(백정화) 세 그루를 뽑아갔다. 이 사실은 이 여사가 묘소를 찾아가 알게 됐고 딸 윤정 씨를 통해 신고했다. 경찰은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선생 묘소 주위에 설치된 CCTV를 통해 ㄱ 씨의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검거했다.

통영 출신인 ㄱ 씨는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고향에 들렀다가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ㄱ 씨는 경찰에서 "꽃나무가 예뻐 뽑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념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

통영경찰서 관계자는 "뽑힌 묘목은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국제음악재단이 관리하는 묘소에 심어져 있던 꽃나무"라며 "묘목 세 그루가 7만 원 정도이다. ㄱ 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있고 사건이 가벼워 즉결심판 청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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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윤이상 선생 묘소 뒤쪽에 부인 이수자 여사가 심은 두메들꽃(백정화). 이 꽃 묘목을 50대가 뽑아갔다가 검거된 다음 다시 심었다./허동정 기자

두메별꽃은 아내 이수자 여사가 돌아온 남편 넋을 기리며 얼마 전 묘소 주위 솔잎도라지 20여 그루와 함께 심었다. 뽑힌 두메별꽃은 30cm 높이 10여 그루 중 일부다. 두메별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글을 써 봉분을 대신해 설치한 너럭바위 뒤편으로 옹기종기 심었다. 현재 분홍빛 꽃을 피우고 있다. 꽃말은 '관심, 순결' 그리고 '당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로 알려져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는 "묘목을 뽑은 ㄱ 씨가 선생에 대한 나쁜 마음에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무가 예뻐서 뽑아갔다고 했다. 처음엔 무슨 의도인지 몰랐다. 처벌을 원하는 건 아니다. 다시 복원해놓으라고 해 다시 심어놨다"고 말했다.

선생 유해는 지난 2월 선생이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베를린에서 돌아와 그토록 그리워하던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통영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묻혔다.

지난달 23일에는 교향시 '광주여 영원하라'를 작곡한 선생을 기려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이 이곳을 찾아 참배했다. 4·27남북정상회담 후에는 남과 북이 동시에 선생을 조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선생은 동서화합과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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