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요구한 역할 거부
금메달 딴 인도 여성 실화
직설적 메시지·음악 눈길

<당갈>(감독 니테쉬 티와리, 인도)은 제목 그대로 레슬링 영화다. 힌두어로 레슬링 경기를 뜻하는 '당갈'. 2010년 인도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인도 여성 레슬러 기타 포갓의 이야기를 담았다.

존경과 명성을 주었지만 돈을 주지 않았던 레슬링. 과거 유능한 레슬러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배우 아미르 칸)은 매트에 오르는 대신 직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들을 낳아 꿈을 이루려고 열망한다. 첫째로 딸이 태어나자 온 마을 사람들이 아들을 낳는 여러 비법을 포갓과 아내 다야(배우 사크시 탄와르)에게 전수한다. 하지만 넷째까지 모두 딸이다.

어느 날 첫째 딸 기타(배우 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딸 바비타(배우 산야 말호트라)의 주먹질을 보고 아버지 포갓은 감탄하며 희망을 품는다. 주변의 만류와 조롱에도 두 딸을 레슬러로 키우는 데 몰두한다.

매일 아침 5시 시작하는 훈련은 기타와 바비타에게 지옥 같다. 두 딸은 작은 반란을 일으킨다. 아버지 알람시계를 바꿔놓고 훈련한 척 연기한다. 그리고 몰래 친구 결혼식 파티에 놀러 가 신나게 춤을 춘다.

영화 <당갈> 포스터.

여기에서 <당갈>의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영화는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여자가 레슬링을 한다는 비난과 조롱을 이겨내는 아버지의 강인한 꿈과 사랑을 말하는 데서 나아가, 인도에서 요구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아버지의 싸움을 보여준다.

결혼식 파티 내내 행복하지 않았던 신부는 기타와 바비타를 부러워하며 말한다.

"적어도 너희 아버지는 너희를 생각하잖아. 그 반대로 우리 현실은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요리와 청소를 가르치고 허드레 가사일을 하게 하잖아. 그러다 14살이 되면 혼인시켜버려서 짐을 벗어버리지. 생전 본 적도 없는 남자에게 넘겨주는 거야. 아이를 낳고 기르게 하지. 여자는 그게 다야. 너희 둘은 삶과 미래를 갖게 하려고…."

분위기는 반전되고 아이들은 열심히 훈련한다. 기타는 여러 대회에서 남자 레슬러를 이기고 전국 주니어 대회 챔피언이 된다.

영화가 막을 내리기 딱 좋은 타이밍. 하지만 이제 중반부다.

성인이 된 기타는 국가대표팀이 되어 선수촌에 들어간다. 지금껏 훈련은 잊으라는 코치 밑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끽한다. 바깥 외출을 하고 머리를 기른다.

갈수록 아버지 포갓과의 갈등이 깊어진다. 구식으로 취급받는 포갓의 기술들. 그는 상처를 받고 이를 지켜보는 바비타는 언니 기타를 설득하려 애쓴다.

승승장구하던 기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맥을 못 춘다. 1회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영화 〈당갈〉 한 장면. /스틸컷

기타는 아버지 포갓에게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 머리를 잘라낸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갓의 열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딸의 경기 영상을 모두 분석하고 훈련을 추가로 시킨다. 이는 선수촌에 발각되어 위기가 되지만 둘은 잘 이겨낸다.

드디어 2010년 인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가 시작됐다. 기타는 이기고 또 이기며 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금메달을 거머쥔다.

2분씩 3라운드를 펼치는 레슬링. 120초가 아주 긴장감 있게 진행되지 않지만 포갓과 기타의 눈빛이 경기에 집중하게 한다.

"너의 금메달은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다"라는 포갓의 말처럼 군데군데 있는 직설적인 대사가 관객의 상상력을 방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직접적인 메시지가 힘을 발휘한다.

<당갈>의 힘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있다. 영화 러닝 타임은 161분. 인터미션이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장면과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흥겨운 음악 덕이다.

'아빠 너무 무자비하세요. 아빠는 우리 건강에 해로워요'는 혹독한 훈련을 견디기 어려운 어린 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나는 몰라 나는 몰라'라며 부드럽게 속삭이는 노래는 살짝 외도하는 기타의 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난 여기 굳건히 설 거야. 당갈. 당갈'을 외치는 노래는 레슬러로 변한 딸들의 반짝이는 눈과 잘 어울린다.

<당갈>은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인 동시에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야기다. 무엇보다 인도 여성 레슬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며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삶과 미래를 직접 개척하라"는 아버지 포갓의 사랑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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