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애칭 따 1956년 제정
선정 방식은 기자단 투표
한국판 '최동원상' 생겨나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 있다.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등 6개 부문으로 나뉘는 노벨상을 비롯해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되는 필즈상 등이 한 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 속한 투수들에게 이 상은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 사이영상 이야기다.

1956년 7월 9일 미국 메이저리그는 야구기자협회의 특별총회에서 매년 투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상을 만들기로 하고 그 상 명칭을 '사이영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사이영상의 사이 영(Cy Young)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승리 기록(511승·퍼펙트 1회·노히트노런 3회), 최다투구이닝(7356), 최다완투(750) 기록 등 수많은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레전드 '덴튼 트루 영'을 일컫는다. 위력적인 피칭을 잘 보여주듯, 사이클론(Cyclone)에서 따온 '사이 영'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1955년 11월 그가 세상을 뜨자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프로 스포츠에서 품위와 질서유지를 위해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최고 관리자)였던 포드 프릭이 그를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고자 이 상을 제정했다. 사이 영이 은퇴한 지 45년 만의 일이었다.

여기에 '투수만을 위한 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이영상 제정에 힘을 실었다. 1931년 메이저리그 MVP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최우수선수 영광은 대부분 타자에게 돌아가곤 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투수들의 소외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사이영상 제정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이영상 투표단은 미국야구기자협회 기자들로 구성된다. 1966년까지는 매년 투수 1명을 선정해오다, 1967년부터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수상자를 따로 뽑았다.

초대 수상자는 1956년에 27승을 올린 돈 뉴컴(LA 다저스)에게 돌아갔다. 최다 수상자는 로저 클레멘스(7회)다. 그레그 매덕스(1992~1995년)와 랜디 존슨(1999~2002년)은 최다 연속(4회) 수상자이다. 류현진 동료인 커쇼도 사이영상을 3차례 받았다.

일본프로야구에도 미국 사이영상과 비슷한 성격의 상이 있다. 1936년부터 요미우리에서 투수로 활동하며 당대 최고 투수로 불린, 초창기 일본프로야구 명투수 사와무라 에이지를 기리고자 만든 '사와무라상'이다. 이전엔 기자단 투표로 뽑았지만 1982년 선정 기준이 생겼다. 등판(25경기 이상), 승리(15승 이상), 완투(10경기 이상), 승률(6할 이상), 투구 횟수(200이닝 이상), 방어율(2.50 이하), 탈삼진(150개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해야만 수상 자격을 준다. 워낙 까다로운 기준 탓에 7가지 항목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5~6개 조건을 만족하면 수상하기도 한다. 물론 기준에 근접한 투수가 없다면 시상을 생략하기도 한다.

2014년 한국 프로야구계에서도 사이영상, 사와무라상에 버금가는 투수상을 선보였다. 부산 출신의 전설적인 투수 고 최동원을 기리고자 만든 '최동원상'이다. 50년이 넘는 미국·일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나 리그를 빛낸 투수를 기리는 상징적 의미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초대 수상자이자 지난해 수상자인 양현종을 비롯해 유희관, 장원준이 한 번씩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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