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림스타] (13) 이예랑 통영중앙중 유도 선수
초교 때 시작한 유도, 폭풍 성장, 주위 기대 커 재미·부담 동시에
경기 집중·운영 탁월…작년 전국대회 잇단 한판승 '금'

유도는 일본 무술을 바탕으로 2명의 선수가 손기술, 발기술 등 온몸을 사용해 상대방과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다. 메치기와 굳히기 기술을 매일 연마하다 보면 손가락, 발가락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은 일상이다. 사천시 유도체육관에서 만난 통영중앙중학교 이예랑(15·3학년) 학생은 다른 선수와 뒤엉켜 조르기를 시도했고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코치 지도에 따라 누르기를 풀고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은 멀리서 봐도 '반짝' 빛이 난다. 창가로 스며든 빛이 예랑 학생 이마 땀과 만난 착시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굴을 적신 땀과 울퉁불퉁한 발가락, 손가락에 감긴 밴드가 먼저 보인다. 착시가 아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예랑 학생 눈빛도 빛이 난다. 아직 학생이지만 기력과 극기가 느껴졌다. 각종 유도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이유를 쉽게 찾았다.

▲ 이예랑 선수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오빠 따라 시작한 유도

8년 전, 예랑 학생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오빠가 당시 유도관에 다녔다. 예랑 학생은 재밌어하는 오빠를 보며 아버지를 설득해 같이 유도관에 다녔고, 2년 뒤인 4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고자 유도 명문인 통영초교로 전학을 했다. 2013년 제주컵 은메달을 획득하고 이듬해인 5학년부터는 실력이 폭풍 성장했다.

2014년 제주컵 금메달, 2014·2015년 연속 YMCA전국유도대회 금메달과 최고선수상을 받았다. 이후 여명컵, 교보생명컵, 회장기 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만 나가면 메달을 따는 실력으로 주위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예랑 학생에게 유도는 '재미'이자 '부담'이다. 대치되는 두 단어는 적절한 자극이 돼 예랑 학생을 견인하고 있다.

통영중앙중 전병태 유도 감독은 "예랑이는 영리한 선수다. 경기장에서 제 실력을 120% 발휘한다. 집중도 잘하고 타이밍과 속도를 알고 한판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절반을 내고 나면 잘 지키는 영민함도 있다"고 칭찬했다.

현재 키 168㎝, 길쭉한 팔·다리를 강점으로 예랑 학생의 주특기는 '허벅다리 후리기'다. 매일 아침 1시간씩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주말까지 이어지는 실전 연습은 영광의 상처(?)와 함께 오롯이 실력이 됐다.

예랑 학생은 "대회를 많이 나가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긴장감은 많이 해소됐다. 꼭 이겨야겠다는 욕심보다 현재 경기에만 집중하고, 상대편 허점을 노리다 보니 연습 때보다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연승 비결을 꼽았다.

통영의 자랑이 된 예랑 학생은 2017년 통영시민체육대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발탁되기도 했다.

예랑 학생은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 봉송은 강구안 중앙시장에서 농협까지 혼자 달리는 시간이 3분도 채 안 걸렸다"며 "성화 봉송을 신청한 친구와 함께 나가게 돼 긴장은 안 됐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응원하고 환호해주니깐 기분이 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예랑 선수가 체육관에서 다른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위기의 순간…인생 최고의 순간

예랑 학생이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도 선수라면 누구나 겪었을 경기 전 체중 조절이 성장기인 예랑 학생에게는 고된 과제다.

지난해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앞두고 45㎏에 선발됐다. 자고 일어나면 키가 커져 있음이 느껴지는데 대회 한 달을 앞두고 8㎏을 빼야 하는 상황이었다. 열량을 계산하고 물까지도 제한해 마셔야 했다. 굶으면서도 고된 훈련은 계속되었기에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예랑 학생은 "말해도 될까 싶지만, 사실은 체중 조절과 훈련을 동시에 한다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어 우울감이 밀려들고 극단적인 생각마저 한 적이 있다. 훈련을 빠지고 그렇게 좋아했던 유도를 그만두고 싶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며 힘든 시간을 회상했다.

코치와 부모님 격려로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지민선 씨는 "지난해 전국소년체육대회 때 예랑이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극심한 체중 조절로 위가 작아져 먹은 걸 다 토해내고 눈이 퀭한데도 옆에서 응원하고 몸을 주물러 주는 것밖에 방도가 없었다. 1차, 2차, 3차 경기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승부 기질이 있다 보니 경기를 멋지게 해냈다"고 말했다.

최악의 컨디션에도 첫판부터 결승까지 한판으로 이겨 금메달은 물론 여중부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영예도 함께 안았다.

"결승전에서 이겼을 때는 모두 울었어요.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격려하며 이끌어 준 코치님도, 부모님도,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울었어요. 저도 꿈인가 싶을 정도로 감회가 남달랐고요. 정말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예요."

그렇게 위기의 순간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됐다. 예랑 학생은 오는 27일부터 충북에서 열리는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다. 52㎏급에 선발되고 이후 또 키가 훌쩍 컸다. 남은 기간 6㎏을 빼야 한다. 예랑 학생은 "또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고된 시간이 왔지만 작년에 방황하고 극복한 경험이 있어 작년만큼의 위기는 없을 것이다. 주위 응원에 힘입어 묵묵히 이겨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랑 학생의 최종 목표는 유도 국가대표 선수다. 나아가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힘든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어리다면 어린 중학교 3학년, 유도를 통해 예의·극기를 배운 예랑 학생은 또래보다 의젓하다. "실수로 2등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3등은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승부 기질 역시 인생에서 어떠한 고난도 결국 극복할 것이란 확신을 준다. 예견해 보는 예랑 학생의 미래도 '반짝' 빛이 난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 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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