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지자체에 기부 시 세제 혜택
위기의 농촌지역 발전 활력될 것

2014년 한 권의 책이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책의 제목은 <지방소멸>.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 전체 중 절반, 89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도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에서 30년 내에 기초지자체 228곳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놀라운 사실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미!"로 상징되는 마늘소녀들의 고향, 경북 의성군이 인구소멸 위험지역 1위로 조사되었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고향으로 남아있는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고향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향세(고향사랑기부금)'란 고향 또는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 등 일정한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재정 사정이 어려운 고향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출향인의 애틋한 마음을 끌어내려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지역 지자체의 재정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는 제도이다.

성공사례는 있다. 고향세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후루사토(故鄕) 납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납세자가 고향이나 인연이 있는 지자체에 소득세의 10% 이내의 금액을 기부하면 이를 소득세나 주민세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특산품 답례제도가 생기면서 고향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 기준 세액공제 적용자수 약 1300만 명, 고향세 금액 약 1471억 엔의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일본의 성공사례와 농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고향세 제도는 문재인 정부 선거공약 및 100대 국정과제로 포함되어 긍정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17개의 관련 입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고향세에 대한 농업계의 의견은 기부대상을 재정자립도 40% 이하 지자체에 한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제한이 없으면 초기 일본의 사례처럼 대도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제혜택 역시 10만 원 이하 전액 세액공제하되 10만 원 초과 시 15% 세액 공제(2000만 원 초과분은 30%)하여 현행 정치기부금 제도와 유사한 수준에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기부제도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이 필요하나, 과도한 세제혜택은 피하자는 이유다. 답례품도 기부금액의 30% 이내의 지역특산물로 제공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답례품이 지나치게 많으면 지자체간 과열 경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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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가인구는 240만 명 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농촌고령화율은 40%를 넘었다. 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복지수요는 크게 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 추세다. 지방재정 확충,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고향세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의 농촌은 우리 삶의 모태요 심리적 안식처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강한 지역적인 정서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공감을 하게 되는 곳이 '농촌'이다. 지방의 소멸위기는 우리 정체성의 일부인 농촌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갈수록 도농 간 격차가 심해지는 현실에서 고향세는 작지만 강한, 지역 발전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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