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후보 인물탐구] (2) 자유한국당 김태호
"벼랑 끝 보수 구하고자 출마" 선거 달인…총리 청문회 낙마
조선업 고부가가치 분야 집중

"경남의 오랜 친구입니다."

김태호(56) 후보는 '올드보이 귀환'이라는 지적에 이렇게 맞받았다. 정치적 연륜이 느껴지는 대응이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도지사를 두 번 역임했고, 국회의원을 거쳐 다시 도지사 후보로 돌아온 그는 경남도민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친화력은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정치 경력만큼이나 이미 여러 차례 검증 시험대를 겪었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돼오다 "공부를 좀 더 하겠다"며 정치권에서 거리를 뒀던 그가 세 번째 도지사에 도전한 배경은 뭘까. 그는 "벼랑 끝 보수를 구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정치 DNA = 그에게는 '선거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98년 36세에 경남도의원을 시작으로 40세에 최연소 거창군수에 이어 두 번의 경남도지사, 국회의원까지 14년 선거 경력에서 패한 적이 없다. 6전 6승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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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정치 리더로 주목받던 그는 2010년 8월 이명박 정부에서 '40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벽은 높았다. 도지사 재임 기간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쓰고, 관용차를 부인의 개인 용도로 전용해 쓴 사실이 드러났다. 세금 탈루 등 재산 의혹과 관제데모 주도, 논문 중복 게재 등 온갖 구설에 해명해야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기와 관련해 '말 바꾸기' 의혹으로 결정타를 입고, 총리 후보 지명 21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한나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홍준표(현 한국당 대표) 최고위원은 "한 번 죄송한 것은 양해가 되지만 두세 번 죄송스러운 일을 한 분은 본인이 고위공직자를 제의받을 때 사양했어야 한다"면서 "거짓말을 한 분이 어떻게 국민을 대신해서 또는 정부 일을 수행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김 후보는 이러한 전력과 관련해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지금 생각해도 부족함을 인정한다. 39년 만에 40대 총리로 지명되니 정말 욕심이 났다. 그 욕심이 기억까지도 가렸다"면서 "그 당시에 제가 총리 지명을 받지 않았어야 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세상을 보는 철학이 없으면 그런 자리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자기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또 현장으로 = 그는 지난달 19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서 '나 홀로 선거운동'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경남지사를 '문재인 대 홍준표 대리전' 또는 '홍준표 심판론'으로 보는 시각에 거리를 두면서 '김경수 대 김태호 선거'로 끌어가고자 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전직 도지사에 대한 평가 프레임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일찌감치 홍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섰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는 현장 행보에 '올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관훈토론회 이후 TV토론회를 거부해 다른 후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중앙논리의 어떤 정치적 사안이 지방선거 여러 현안을 매몰시키는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며 김경수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던 그는 최근 태도를 바꿨다. '드루킹 옥중서신' 보도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김경수 후보 해명에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KNN 인터뷰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바로 주범이다. 거짓말로 시작해서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훈풍을 드루킹 사건으로 바람막이하려는 보수야당의 네거티브라는 지적에 "네거티브가 아니다. 특검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력 견제론 = 출마 일성에서 "새도 좌우 양 날개로 난다"며 권력 균형과 견제론을 강조했다. 경남을 '보수 보루'로 규정하면서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낮은 정당 지지율과 후보 인물난을 겪는 상황에서 출마하게 된 그는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남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의 지사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된 리더십, 준비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야당 도지사'를 했고, 임기 동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던 점을 설명했다.

◇대표 공약 = 김태호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우선순위로 챙길 지역 현안으로 '경제 위기'를 들었다. 그는 조선업 침체에서 불황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조선·해양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크루즈·슈퍼요트 등 고부가가치 해양레저선박과 LNG 등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남지사 재임 시절 추진한 '남해안 시대' 구상을 바탕으로 '신 남해안중심시대' 공약으로 지중해식 '남해안 웰니스관광 플랫폼' 구축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치유·요양서비스와 항노화산업·관광을 융합한 관광산업이다.

핵심 주력사업인 조선해양·항공우주·첨단소재·나노융합·로봇산업이 첨단융복합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당 산업단지를 '스마트 산단'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남부내륙철도를 조기 착공해 남해안 중심의 동서남북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초·중·고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어린이 안전보험 확대,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설치 추진 등 분야별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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