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자극은 몸에 해로워
수술 부작용·합병증 우려도
마약성 진통제 알맞게 쓰면
일반 진통제보다도 안전해
통증 시작 전부터 관리해야

암 환자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 중 하나가 지독한 통증이다. 그런데 통증이 있을 때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참아라"라고 말해야 할까. 진통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이 돼 더 위험해지는 걸까. 경상대학교병원 통증클리닉 이헌근 교수의 도움말로 암 환자의 통증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나

암이라고 모두 통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암도 아픈 암이 있고 안 아픈 암이 있다. 진행암 환자의 64%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췌장암이나 유방암처럼 조직에 침투해 조직을 파괴하는 암이 통증이 있다"며 "이중 부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고 있는 암 환자가 43%에 이른다. 즉 절반 정도가 통증 조절이 안 된다. 병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잘 몰라서"라고 말했다.

통증이란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 중 하나. 따라서 통증은 당연한 현상이므로 진통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회복되도록 두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교수는 "통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통증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증이 있어야 병이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통증으로 괴로우면 도리어 몸에 해롭기 때문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며 "통증으로 인한 자극이 뇌에 들어가면 나중에는 아프지 않아도 아프다고 뇌는 인식하고, 작은 자극도 크게 느끼게 된다. 닿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기도 한다. 아픔이 오래 지속되면 뇌가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면 일찍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요즘 치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통증을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수술이 잘되는 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 후 아프면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며 "예를 들어 수술 후 숨을 크게 쉬어야 가래를 잘 뱉어내는데, 통증이 심하면 숨을 얕게 쉬게 돼 폐렴 위험이 있다. 또 아프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혈전이 심장을 막기도 한다. 아프면 잠도 잘 못 잔다. 통증은 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성 진통제와 부작용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의료인의 지식 부족, 의료인과 환자들의 마약 중독·내성·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환자 치료 중 통증 관리에 대한 낮은 순위 배정 등이 꼽힌다.

암 환자들이 진통제 복용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마약성 진통제가 제일 중요한 약이기 때문이다.

'마약'이라고 하면 대부분 무섭고 좋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알맞게 사용하면 일반 진통제보다 마약성 진통제가 부작용이 적고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는 소염진통제는 오래 먹으면 조직이 상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위장이 약해지거나 콩팥이 망가지고 간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는 심장 마취에 사용할 정도로 안전하다. 오래 먹어도 몸에 탈이 안 난다. 다만 즐기려고 먹으면 중독된다. 의사 처방으로 아파서 먹을 때는 중독이 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는 생명의 위험과 관련된 것은 없다. 매스꺼움이나 변비, 가려움 등이 있는데, 매스꺼움이나 가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초기 사용 시에 호흡억제의 부작용이 있지만, 잘 관찰해서 처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경상대병원 통증클리닉 이헌근 교수. /이원정 기자

◇통증 조절을 위한 약제

말기암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서는 약물과 더불어 마사지, 찜질과 같은 비약물 요법이 사용된다.

약물로는 비마약성 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보조약제가 쓰인다. 진통제는 경구 투여, 즉 먹는 약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경구 투여는 간편하고 주사제보다 혈중 농도를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며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약한 정도에서 중등도의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비미약성 진통제가 주로 사용된다.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약은 최대 용량이 있어서 많이 복용해도 진통 효과가 강해지지 않는다.

중등도에서 심한 정도의 통증에서는 비마약성 약제와 마약성 약제를 함께 투약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 처방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데, 처음 투여하면 졸음, 오심, 구토, 느린 호흡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 투여 중인 환자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변비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배변을 도와주는 약물을 진통제와 함께 처방한다. 평소 물이나 수분이 많은 채소·과일 등을 많이 섭취해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약의 용량을 늘리는 만큼 진통 효과가 강해지므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한 통증이 조절될 때까지 최대 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 진통 보조제를 쓰기도 한다. 진통 보조제는 원래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지만, 상황에 따라 암성 통증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약물이다.

저리거나 타는 듯한 신경병성 통증이 있으면 항우울제를 쓰고, 칼로 벤 듯하거나 전기가 지나가듯이 아픈 통증에는 항경련제를 투약한다.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우울증에 걸렸다거나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며, 항경련제 역시 경련이 있기 때문에 먹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 피부 접착형 패치를 사용하거나, 신경 블록과 같은 시술을 하기도 한다.

마사지나 찜질, 심호흡과 이완요법, 기분전환 등의 보조적 요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치료방법은 진통제 효과를 더 강하게 하고 다른 불편한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약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마약성 진통제 바로 알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려 하면 많은 환자가 중독을 우려하며 약 복용을 주저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암성 통증 치료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중독되는 일이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진통제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는 중독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또 환자들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 시작하면 나중에 통증이 더 심해졌을 때 약이 안 듣는 것이 아닐지 불안해한다. 그래서 통증이 있어도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 참아보려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참은 후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조절하는 것이 통증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또한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최대 용량이 정해져 있지 않고 통증 강도에 따라 투여량을 늘릴 수 있으므로 나중을 위해 약 복용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암성 통증 때 진통제 사용 원칙>

1 진통제는 정해진 시각에 복용해야 한다.

2 진통제는 다음 통증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예방적으로 먹어야 한다.

3 통증이 없다고 진통제 복용을 중단하지 않으며, 중단하는 경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4 다른 사람의 진통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5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하거나 통증이 심해질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속효성 진통제를 처방받는다.

6 진통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사이 갑자기 통증이 생기거나 심해지면 참지 말고 미리 처방받은 속효성 진통제를 의사 지시에 따라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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