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갈등
현행법 '최저임금 범위'에 식비·정기상여 등 미포함
국회 환노위서 확대 논의, 저임금 노동자에 직격탄
노동계 "줬다 뺏기" 반발

노동계가 상여금과 식비 등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려는 국회 논의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각 지역별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 선거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국회에 진입해 시위를 한 14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22일 새벽 2시까지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농성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해 올해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이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인 16.4%가 올랐다. 내년 최저 임금 인상률도 두 자릿수 이상이어야 2020년까지 1만 원이 가능하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앞두고 벌어지는 산입범위 확대 갈등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지난 21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김경수 경남도지사후보 사무소에서 캠프 관계자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반대하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 경영계 등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자고 요구해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노사 관계자들이 참여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포함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논의하고자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24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노동계 반발은 거세다. 민주노총은 22일 노사정 대표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시행규칙 2조에 '최저임금 범위'를 정해두고 있다. '단체협약·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임금항목으로서 지급근거가 명시돼 있거나 관례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소정 근로에 대하여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이다. 여기에는 정기상여금, 식비, 숙박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정기상여금, 식비, 숙박비 등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자,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더라도 결국 8000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받는 임금총액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에 기반을 둔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의에 크게 분노했다. 박쌍순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지부장은 "최저임금으로 살았다. 워낙 열악해 67일간 천막농성, 단식까지 하면서 상여금, 밥값을 투쟁으로 따냈다. 그런데 이제 최저임금에 밥값을 넣는다고 하니 말이 안 된다. 용서가 안 된다. 노동조합이 있는 여기서 이렇게 울분이 큰데, 노조가 없는 곳은 더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두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장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기다리며 경제적, 정신적 갑질을 견뎠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갑질"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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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의견 수렴해 절충점 찾아야" = 내년 최저임금을 확정하기 위한 기한은 오는 6월 28일까지다. 심의요청한 날로부터 90일로 정해져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3월 30일에 심의를 요청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확정할 11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7일 위원 구성 후 첫 회의를 열었다.

경영계 등은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정하자고 하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당사자인 노동자가 포함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 분야 전문가는 노동자 의견을 수렴한 절충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너무 적은데, 1만 원까지 가기도 전에 제도를 바꾸면 최저임금 효과가 줄어든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국회가 극단적으로 통과시키려 하지 말고, 노동계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미조직 개별화된 노동자 임금을 높여야 한다. 법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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