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장 후보 '유치'공약에 거제 후보들 찬반 다시 가열
지역감정 우려 속 민심 촉각

결국 거제 사곡만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사업이 선거철을 맞아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이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신중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일부 후보들이 찬성 쪽으로 기운 견해를 보이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후보 간 큰 갈등이나 대립 양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잔잔했던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내부가 아니라 통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석주 통영시장 예비후보가 쇠락한 통영경제 활성화를 위해 안정국가산단에 해양플랜트국가산단을 유치·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다.

이에 산단 조성을 강력하게 찬성하거나 추진 업무를 맡았던 거제지역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종신(자유한국당) 시의원 예비후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한 성장동력 산업인 해양플랜트를 이웃집에 웃으며 넘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거제지역 지방선거 후보들이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추진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가시화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한 후보의 공약에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도 "아직 구체성이 없고 진척된 내용도 없는 공약에 쉽게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잘못하면 지역감정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 찬찬히 진행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검토와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던 후보들은 지역감정에 기댄 철 지난 선거운동이라며 불편한 내색을 보이고 있다. 한 시의원 후보는 "지역감정이 조장되면 반대 의견을 가졌던 후보들은 소신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고자 지역감정을 이용하려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본다. 유권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 가려서 판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승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통영 유치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사곡만지키기대책위 한 관계자는 "통영 안정공단은 이미 만들어져 있어 큰 투자 비용 없이도 활용 가능한 곳이다. 거제조선단지와 멀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며 "거제를 벗어나 경남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곡만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고 대신 또 다른 정부지원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윈윈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이번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은 사등면 사곡리 일원을 매립해 458만㎡(육지부 157만㎡, 해면부 301만㎡)의 해양플랜트 기자재 모듈 생산단지를 만드는 초대형 사업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연말 마지막 절차로 현장실사를 진행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부정적인 투자 입장 등으로 지금껏 승인 여부 발표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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