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바지락 우려낸 속 시원한 국물 해장에도 ‘그만’

비가 오는 둥 마는 둥한 날씨, 빗소리를 들으며 또는 세상이 촉촉해지는 걸 보며 해물파전에 막걸리 한사발 쭉 들이켰으면 좋겠다는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언제부터일까.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파전을 ‘당연히’떠올리게 된 게. 이런 날은 왠지 낮술도 운치있게 느껴지지만, 맘같이 쉽나. 요즘같이 하늘이 계속 수상한(.) 때, 생각나는 또 하나의 음식이 있다. 개운한 국물 맛이 끝내 주는 칼국수!

도청 후문 앞 ‘정병산 생 칼국수’. 지어진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건물 2층에 올라서면,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마루형으로 된 실내가 깔끔하고 툭 트인 느낌이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양쪽 벽면은 창 밖에 펼쳐진 풍경과 함께 잦은 봄비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 것 같다.

이 집의 차림표는 단 2가지. 칼국수 4000원, 만두 3000원이다. 칼국수 가격치곤 비싸다고. 뭐가 특별하기에…. 멀겋게 말아 나온 칼국수를 젓가락으로 집다보면 그릇 밑바닥에서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게 있다. 바지락이다. 4000원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싱싱한 바지락으로 국물 맛을 낸 이 집 칼국수는 ‘속 푸는’ 해장칼국수로도 알려져 있다. 바지락이 간에 좋기 때문이다. 바지락의 육질 속에는 간의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주성분인 타우린 함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비타민B12가 많이 들어 있어 간기능을 강화시켜 간장질환에 특히 좋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 바지락국을 안주로 마시면 간장보호는 물론 숙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가게내 벽에 붙어 있는 ‘바지락, 이래서 좋다’중)

흔히 먹는 칼국수에 바지락 하나두개씩 들어가는 게 뭐가 남다르냐고 하겠지만, 정병산 칼국수에는 바지락이 칼국수 양과 비례한다. 중간중간 바지락을 까먹고 껍데기를 들어내지 않으면 면발을 먹는데 지장이 생긴다. 바지락껍데기를 담을 대접이 하나 딸려 나온다.

무엇보다 싱싱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육질을 씹는 맛이 다르다. 바지락은 남해 청정해역에서 매일 아침 배달돼 온다. 남해 출신인 최해숙(40)사장은 이곳에서 1년쯤 전 장사를 시작했는데, 남편은 여전히 남해에서 바지락 양식을 하면서 싱싱한 바지락을 조달하고 있다.

그만큼 최 사장은 ‘정식’가격과 맞먹는 칼국수 값이 결코 비싼 게 아니라고 말한다. 수족관을 놓을 공간만 있다면 살아있는 바지락이 해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공간이 여의치 않아 아쉬울 뿐이란다. 이렇게 살아있는 바지락을 손님이 오면 바로 끓는 물에 넣는다. 은근히 고아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주문하고 나서 조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싱싱한 바지락이 낸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 거기에 쫄깃쫄깃한 생면이 정성스레 말아나오는 칼국수 한 그릇을 해치우는 데는 기다리는 시간과 맞먹는다. 양념장을 따로 얹어 먹기보다 보기엔 멀겋지만 바지락의 짭짤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그대로 맛보는 게 좋다.

가까이 도청과 도의회.도경찰청 등 굵직한 관공서가 많이 있어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인지 계산대 옆에 붙여져 있는 ‘다른 테이블에 대한 계산은 사양하오니 양해바랍니다’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055)284-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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