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조각비엔날레 미리 보기
'불각의 균형' 주제로
9월 3일부터 41일간
야외설치·실내·특별전
13개국 작가 70명 참여
"시민 놀이터 만들 것"
윤범모 총감독 '포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보여주면서도 지역에 작품을 영구 설치해야 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여기에다 김종영(1915∼1982), 문신(1923~1995)을 내세워 조각 도시라는 창원의 전통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9월 3일 '불각(不刻)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개막한다. 13개국 작가 70여 명이 참여해 41일간 야외설치 조각전, 실내전, 특별전을 연다.

지난 16일 창원문화재단에서 열린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윤범모(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조각품과 마음껏 노는 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의 참여로 이뤄내는 비엔날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는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루마니아) 작 'Man'. /창원문화재단

◇주제=현대의 공존 논리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인 '불각의 균형'은 김종영의 정신을 함축하는 '불각', 문신의 시메트리(대칭) 속 '균형'에서 따왔다. 불각은 모순적이다. 조각인데 깎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 모순에 균형이 있을까.

이에 대해 윤 감독은 "한국 현대 조각사의 거장 김종영과 문신 등 뛰어난 작가를 배출한 창원의 정체성을 기반에 두고 불각의 균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역설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모순적이면서도 공존 지향적이다. 이질적인 존재가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했다.

어찌 보면 예술도 마찬가지다. 삶과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여전히 이질적이다.

이에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이를 극복하려는 장으로 거듭난다. 윤 감독은 "담론을 제공하는 작업을 한자리에 모으면서도 예술을 즐기는 광장을 만들 것이다.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로서 독자성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구본주 작 '비스킷 나눠 먹기 2'. /창원문화재단

◇실외전시=작품 만지세요

창원조각비엔날레 주무대가 되는 용지공원(포정사공원, 호수공원)은 '유어예 마당'이 된다.

윤 감독은 "공자가 '예술에서 노닐다'라고 말한 유어예(遊於藝)를 따와 관람객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놀이조각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70여 점이 곳곳에 세워진다"고 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만지고 앉고 오를 수 있는 실용적인 참여형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

윔 델보예(벨기에) 작가의 '콘크리트 믹서',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루마니아) 작가의 '커플(아담&이브)', 울프강스틸러(독일) 작가의 '3 Matchmen stick(3 매치맨 스틱)', 폴 샬레프(미국) 작가의 'Intention(의도)' 등은 관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형태와 질감이 만져보고 싶게 하는 조각품이다.

의자 역할을 하는 작품도 있다. 구본주(1967~2003)의 '비스킷 나눠 먹기 2'다. 촉망받는 차세대 조각가로 불렸던 작가는 리얼리즘이 강한 구상 조각을 남겼다.

안종연·양쿠라·김태은·한송준 작가는 팀을 꾸려 '아마란스'를 선보인다. 특허를 낸 LED 기술로 빛을 내는 공공 조형 작품으로 오는 9월 공원의 밤을 작품으로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또 아이들을 위한 이이남 작가의 '피노키오의 거짓말'도 볼 수 있다.

윤 감독은 "오는 10월 창원조각비엔날레가 폐막해도 창원에 남을 작품들이라 실용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예술성을 뒤로 제쳐놓지 않았다.

윔 델보예 작가는 현대 미술에서 빼놓지 않고 거론되며 실험성이 돋보이는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목조를 잘 다루는 미르치아 드리트레스쿠 작가와 울프강 스틸러 작가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지만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들이다. 또 102세 최고령 현역 작가인 김병기의 작품도 창원에 남는다.

윔 델보예(벨기에) 작 '콘크리트 믹서'. /창원문화재단

◇실내전시=편견 버리세요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실내전시는 성산아트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열린다.

먼저 성산아트홀 전시는 '파격'이라는 부제를 달고 새로운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머리카락, 소금, 흙, 쇠 등 재료를 달리해 형식을 깨뜨린 작품을 내걸고 유화, 수채화로 구분하는 미술을 넘어선다.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작가만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김보현+실비아 왈드 특별전'이 마련된다. 창녕 출신 김보현(1917~2014)은 1950년대 뉴욕에 정착해 추상미술가로 활동했지만 고국에서는 그의 활동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삶과 예술은 국내 화단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 유토피아를 그리며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려 했던 작가의 유작을 볼 수 있다. 또 그의 아내이자 예술가인 실비아 왈드의 작품도 함께 내걸린다. 그녀는 판화, 회화, 조각, 아상블라주 등 여러 영역에서 두루 활동했다.

울프강 스틸러(독일) 작 '3 Matchmen stick(3 매치맨 스틱)'. /창원문화재단

실내전시와 함께 미디어아트도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이남, 안종연 등 내로라하는 작가가 참여해 창원의 집을 새롭게 꾸민다. 첨단 매체를 활용한 현대미술의 향연이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펼쳐지게 된다.

작품을 지역에 남겨야 하는 공공미술적 성격을 지닌 창원조각비엔날레.

오는 9월 '조화', '참여'를 내세운 불각의 균형이 모순적이고 상반될 수 있는 비엔날레와 공공미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기대된다.

한편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창원시가 주최하고 창원문화재단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진행된다.

폐막은 10월 14일이다. 문의 010-8470-7023(임수미 큐레이터).

안종연·양쿠라·김태은·한송준 작 '아마란스'.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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