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TV토론회는 안방에 앉아 그들의 자질과 사람 됨됨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기된 공약과 정책을 비교평가함으로써 선택의 여지를 넓혀주는 기능을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생업에 바쁜 사람도 미리 예약을 통해 후보자들과 교감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방선거의 꽃이랄 수 있는 도지사 후보 TV토론은 따라서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유권자는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유익하고 후보자 자신들은 몰입해서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MBC와 jtbc가 본 선거전을 맞아 경남 유권자들을 위해 계획한 도지사 후보 토론회가 무산된 것은 그래서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유가 어떻든 양방향 소통이 봉쇄된 그것 자체만으로도 큰 손실이다.

불참을 결정한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측의 입장은 일정과 맞지 않아서다. 보충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아 그 연유가 딱히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추론하건대 방송토론보다는 현장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토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갈 수 없을 뿐이라는 해명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선거 때면 빚어지는 보편적 추세와는 딴판이다. 도지사와 국회의원 선거전에 여러 번 출마한 전력에 비추어 김 후보자의 불참이 좀 더 고차원적인 선거전략에 기인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정된 시간에 자기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그만한 게 있겠는가. 논리적으로는 방송무대에 오를 수 없게 만든, 공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없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김 후보는 열흘 전 서울에서 열렸던 관훈클럽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나란히 앉아 정책문제를 놓고 건강한 공방전을 벌이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는 참가하겠다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여, 혹시 TV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킨다. 후보자가 공개방송에 나오거나 않는 것은 자유의사이지만 공인이 되기로 작정했다면 최소한 유권자 알권리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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