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계속 논란 중…군수 후보군 '애매모호'한 답변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과 6·13 지방선거가 맞물리면서 합천군 '일해공원' 이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합천 출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 '일해'에서 따온 공원 명칭을 그대로 둘 것이냐 하는 문제 제기다. 2007년 이름이 결정된 직후부터 11년간 이어져 온 이 논란에 대해 합천군수에 도전하는 후보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 정재영, 자유한국당 문준희, 바른미래당 조찬용, 무소속 윤정호 4명의 후보에게 물었다.

답변 결과 후보 4명 중 윤정호 후보만 명확하게 '명칭 변경' 뜻을 밝혔다. 정재영 후보는 개발계획을 제시하며 명칭도 종합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문준희·조찬용 후보는 군민 의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정호 후보는 "도시재생 공약과 맞물려 일해공원 자리를 '합천 랜드마크'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윤 후보는 "합천군수가 된다면 그곳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군청사를 이전하거나 주거단지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그에 따라 공원 명칭도 랜드마크에 걸맞게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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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해공원 전경./경남도민일보DB

이어 그는 "오랫동안 일해공원 명칭 논란이 있었는데 군민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다. 도시재생을 통해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후보도 일해공원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합천에 원폭피해자가 많다며 "합천읍 일원에 핵전쟁 참상을 알리는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해 핵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황강변 개발사업을 통해 이미 조성된 여러 공원을 재구조화해서 일일 관광코스로 개발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이 두 사업이 가시화될 때 공원별 기능 배분과 위치적 특성을 감안해 공원 명칭문제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준희 후보는 "군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 아호가 '일해'이다 보니 많은 5·18 관련단체가 전 전 대통령 공과를 거론하며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나 외부 요구보다는 군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후보는 "합천군수가 된다면 명칭 변경에 대해 군민 의사를 물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개인적으로 공원 명칭 변경은 합천군을 대표하고 군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찬용 후보 답변도 '군민 생각'에 방점을 찍었지만 명칭 변경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읽힌다.

조 후보는 "일해공원 명칭에 따른 지역민 상호 간의 갈등, 타지역민의 명칭 사용 반대 시위 등으로 깊은 상흔을 남겼었다. 이젠 그 상처가 봉합됐고, 갈등과 불신은 치유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명칭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합천 군민의 화합, 평온, 안녕이 무엇일까를, 합천 군민 처지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조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법률적 심판은 끝이 났다. 역사적 공과는 역사에 맡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일해공원'은 지난 2004년 합천읍 황강 옆 터에 산책로,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춰 완공됐다. 완공 직후 가칭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 부르다가 군민 공모·설문조사를 통해 2007년 1월 '일해공원'으로 확정했다. 군민 자긍심과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 명칭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변경 직후부터 5·18 당시 내란·내란 목적 살인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 전 대통령 아호를 딴 것을 두고 전국적인 비판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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