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뻔한 대결 스토리에
점토의 질감·손맛 활용
개성 있는 캐릭터 표현
슬랩스틱으로 웃음 더해

스포일러다. <얼리맨>(감독 닉 파크, 영국)은 축구영화다. 축구를 사랑하는 영국에서 내놓은 어린이용 버전이랄까. 평화로운 석기 마을 주민들과 청동기 왕국의 축구대결은 아주 예상 가능하지만(성인 입장에서 볼 때)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매력 덕에 흔치 않은 영화가 됐다.

용감한 소년 더그와 그의 절친한 친구 멧돼지 호그놉은 족장 밥나르에게 말한다. 매일 토끼만 잡아먹지 말고 매머드를 사냥하고 싶다고. 하지만 토끼 한 마리 잡기도 쉽지 않다. 족장과 더그를 중심으로 얼리맨(고대인)들이 사냥에 나서지만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청동기 왕국이 평화롭던 석기 마을을 앗아간다. 청동기 왕국의 총독 누스는 광석을 캐려고 석기 마을을 부숴버린다. 누스는 돈에 눈이 먼 욕심쟁이로 아이들의 원성을 사는 악당이다.

영화 〈얼리맨〉 한 장면. /스틸컷

더그는 마을을 되찾고자 청동기 왕국을 찾아간다. 마침 이날 왕국의 인기 스포츠, 축구경기가 열린다. 더그는 떠올랐다. 석기 마을 벽에 있던 그림들이. 얼리맨들은 대대로 축구를 해온 것이다.

더그는 누스에게 제안한다. 축구를 하자고. 더그는 얼리맨이 이기면 마을을 돌려준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팀을 꾸린다.

하지만 축구를 해 본 적도 없는 이들은 발이 아프고 배가 고파지자 그만두려고 한다. 마침 청동기 왕국에 사는 구나의 도움으로 얼리맨은 기본기를 익히고 기술을 습득해 나간다.

영화 〈얼리맨〉 한 장면. /스틸컷

결전의 날. 오버헤드킥 등 화려한 발놀림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얼리맨들에 관중은 환호한다. 위기를 느낀 누스는 경기장에 들어가 심판을 맡고 온갖 반칙을 쓰며 이기려고 든다. 하지만 승리는 노력한 자들의 것.

누스는 돈만 챙기는 천박한 총독, 무엇보다 축구를 모욕한 죄로 쫓겨난다.

닉 파크 감독의 클레이애니메이션은 클레이의 독특한 질감과 손맛을 살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점토와 순수한 얼리맨이 참 잘 어울린다. 또 커다란 앞니와 주먹코처럼 개성 넘치는 외모로 완성한 캐릭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 짓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 석기 마을과 청동기 왕국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얼리맨〉 한 장면. /스틸컷

여기에다 슬랩스틱이 있다.

감독은 영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은 매우 시각적인 매체다. 한편 점토는 손으로 만질 수 있기에 물질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 교차점에 슬랩스틱이 있다고 본다. 나는 항상 육체적인 코미디를 좋아했다. 버스터 키튼, 로렐과 하디, 톰과 제리 같은 캐릭터들 말이다. 이들은 사람의 심리나 성격을 개그 소재로 삼을 줄 안다. 사람들의 행동방식이나 상호작용 관계에 대해서 재치 있고 유쾌하게 묘사하는 거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점토로 하나하나 빚고 여러 동작을 반복해 사진을 찍으며 완성하는 클레이애니메이션. <얼리맨>은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라 불리는 스튜디오 '아드만'의 신작이다.

한편 <얼리맨> 개봉과 더불어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시회가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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