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아닌 사천·내천 주장하며 줄탈당
국회의원 심부름꾼 노릇 구조 문제제기

6·13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창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천 여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3월 초 당내 경선을 앞두고 군수 출마를 준비해 오던 한 예비후보가 일찌감치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당은 적통보수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일갈하며 경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역시 군수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던 다른 후보도 공천결과가 나오자마자 불공정한 경선을 이유로 출마를 포기한다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도의원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섰던 현직 군의원도 공천 탈락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6·13 지방선거 공천경선은 사천(私薦)이며 내천(內薦)"이라고 주장하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군의원 출마로 돌아섰다. 또 공천에서 탈락한 3명의 현역 군의원들이 심사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집단 탈당하는 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특히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0.1%p라도 앞선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한 지역 국회의원 발언을 언급하며 "이 같은 약속을 저버린 채 오로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공천이 결정났다"고 개탄스러워 했다. 또 공천 심사과정에서의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으며 공적인 조직이어야 하는 당이 어느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당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지역 국회의원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과 함양군 군의원이 공천과정을 두고 주고받은 막말 녹취록이 한 지역신문에 고스란히 보도되면서 국회의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4월 18일 열린 '거창사건 추모 위령제'에서는 한국당 후보들이 붉은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 추모식 분위기와 어긋나는 몰상식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당이 이래저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참에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해 최소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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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공천받고자 국회의원 앞에 줄 서기 바쁘고 당선 후에는 국회의원 심부름꾼 노릇이나 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이것이 과연 지역과 정치발전에 무슨 보탬이 되겠느냐는 문제제기에 해답을 내놓을 때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서부 경남에서 새로운 정치 주도세력을 꿈꾸는 더불어민주당 약진과 무소속 후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힘을 모아야 할 자유한국당은 내분으로 전열이 갈라지고 있어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 13일 민심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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