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덜된 원숭이,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 나는 발생하고 자꾸 그는 계속되고 나는 그를 두리번거리고 그가 이동할 때마다 나는 고정되고 (중략)그는 나를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버린 걸까 내가 올 때마다 그는 웃고 있고 그가 올 때마다 나는 멀리 도망가있고" - '아기와 나 2' 중에서

지역 문단에 존재감이 묵직한 김륭 시인이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문학동네, 2012)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원숭이의 원숭이>(문학수업, 2018년 4월)로 돌아왔다.

두 번째 시집은 어지럽고 기묘한 언어의 전이(轉移)가 첫 시집보다 더 지독하다. 차라리 비언어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어둡고 외롭다.

지난달 열린 <원숭이의 원숭이> 발간 기념 시 콘서트에서 시인은 이번 시집을 두고 '자신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집은 시인 내면의 풍경이겠다. 그 풍경 안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임을 들키기 위해/ 갈 데까지 가 보는/사람" '머풀러' 중에서

"아무래도 내 몸은 영혼을 헛디뎠다 사랑에 빠질 때마다 둥둥 강을 거슬러 오르다 죽은 연어가 떠오른다." - '물고기와의 뜨거운 하룻밤' 중에서

타나토스(Thanatos). 죽음에 대한 충동은 정반대로 에로스(Eros), 즉 삶과 사랑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원숭이의 원숭이>에서 에로스는 신(神)으로 나타난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아무것도 아닌 사람// 그래서 神이다" - '당신' 전문

시집을 통해 보건대 그는 신에게 추방당한 게 아닐까. 그리하여 자신을 향한 책망과 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는 자신을 스스로 인간이 덜된 짐승, '원숭이의 원숭이'로 부르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당신은 너무 착하게 살았다, 나는// 꽤나 괜찮은 짐승이고 그래서 // 쫓겨난다고 생각했다. '샤워' 중에서

"당신, 잘 살고 있다는 풍문/ 닦아 내고 지우면 이미 죽은 사람으로 / 돌아올까" '와이퍼' 중에서

김륭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다. 그는 동시문단에서도 독특한 작가다. 세상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다. 그렇게 이룬 문학적인 성취가 남다르다. 2005년 김달진지역문학상, 2012년 박재삼사천문학상, 2014년 지리산문학상, 2014년 제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같은 수상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요즘 연애시를 담은 세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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