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경남 주민의 건강 지표는 매우 심각하다. 최근인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건강불평등 관련 토론회에서 2012~2015년 경남의 기대수명은 17개 광역시도 중 15위이며, 2008~2014년 건강수명 나이는 경남이 전국에서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서부경남은 수치가 더 심각하다. 같은 발표에서 사천시(68.5세)는 의령군(67.3세)과 함께 남성 소득 하위 20%의 기대수명이 2013년 북한 남자 평균(68.7세)보다 낮은 전국 14개 시군에 포함되었고, 2008~2014년 건강수명 하위 10개 지역에 하동(61.09세), 남해(61.27세) 두 지역이 포함되었다.

지표로 드러난 도민들의 심각한 건강 취약 상태는 공공의료서비스의 공급 부족과 그대로 맞물리고 있다. 서부경남에서 지역거점병원 구실을 하던 진주의료원이 2013년 강제 폐쇄됨에 따라 현재 경남에 남아있는 지방의료원은 창원의 마산의료원 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마산의료원도 진주의료원 폐쇄의 여파로 수익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홍준표 도정을 거치며 공공병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또 진주를 제외하면 서부경남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서부경남의 공공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은 경상대병원-거창적십자병원과 연계한 공공병원을 통해 공공의료벨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부경남에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고, 서부경남의 공공의료기관 확충, 지역사회 중심 의료체계 강화,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등은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라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나 그에 상응하는 공공의료원의 개원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지만, 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진척은 더디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거니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은 경남 지역의 공공의료원 건립이나 취약 지역 주민의 건강권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홍준표 도정 당시 폐쇄된 진주의료원을 하루빨리 다시 개원하는 것부터 서부경남의 공공의료 공백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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