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지역사 스토리 무시한 현실
인문·사회·경제 결합 고민할 시기

경남에서 6·13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경제 회생이 떠오르며 후보마다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임을 내세우지만 뭔가 공허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최근 경제 관련 공청회에서 한 발언은 경남경제 문제점을 비교적 솔직히 짚어 주목할 만했다. 지난 10일 민주당 경남도당이 주관한 신성장동력산업 공청회 인사말에서 김 후보는 "경남에서 제조업 혁신 없는 신산업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지금껏 경남 경제정책은 스러져가는 제조업은 제쳐놓고 새것에만 눈을 돌렸다. 신산업 성장은 튼튼한 제조업 기반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며 "기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산업 활성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뭘까? 경남은 경제도 문제지만 '상상력 빈곤'과 '토론 부족'에 시달리는 듯하다. 정치와 경제가 한몸이듯 인문·사회와 경제가 과연 따로일까? 도내 수많은 4년제 대학에 지역사를 연구하는 교수가 극히 드물고, 지역사 연구인력이 적은 것은 맞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다. 하지만, 기존 지역학계가 자기 지역을 무시하고 게으르다고 해서 경제와 인문·사회의 만남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제아무리 관광활성화를 외쳐도 미국 '그랜드캐니언'처럼 입이 딱 벌어지는 자연자원이 없는 한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 없이 관광업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소규모 지역상권 살리기 수준을 넘어 중요 정책으로 인문·사회학과 경제의 담대한 결합을 고민할 시기다. 경남 제조업 재부흥을 인문·사회학과의 결합에서 출발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제조업 중심의 MICE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과연 우리는 도내 대기업·중견기업을 탐방할 기반 조성이 돼 있는지 돌아보기는 했나? 또한, 경남을 한국 공작기계의 핵심 공간, 한국 조선업·자동차부품업·기계산업 메카라고 부르지만 각 산업 역사를 정리해볼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국내에서 산업별 역사를 정리할 만큼 지역산업 역사가 40∼50년이 된 곳이 얼마나 될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해 시간이 다소 걸려도 각 산업사를 정리하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히고 그 공간에서 일했던 사람을 호명해 산업사 속에 던져보자. 그 뒤 지역민,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탐방 기회를 우선 줘 지역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지역경제를 더 잘 알게 할 기회를 주자. 산업별 역사와 스토리, 지역민 탐방 노하우가 쌓이면 이를 활용해 해당 산업사 논의와 각 산업 주요 기업 탐방을 결합한 산업전시회를 성장시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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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내 대기업들이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생산기지를 옮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작 지역민에게 해당 기업을 알 기회는 얼마나 있었을까? 지역민에게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기업이 본사를 쉽게 옮길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 안을 너무 보지 않으려고 한 '그 게으름' 탓에 현재 위기를 자초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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