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송전탑반대주민과 만남 돌연 유보 "의견수렴 못해"
대책위 "거짓말 드러나 연기…새정부 신뢰 완전히 상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밀양 방문을 연기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 장관은 애초 지난 11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워온 주민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방문 연기를 밀양 주민들 탓으로 돌린 산업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대해 "산업부가 거짓말을 해온 것이 드러나면서 방문이 유보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1일 "일부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방문 일정을 급하게 정했지만, 마을 주민 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일정을 조절하게 됐다"며 "또 아직 밀양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통합되지 않은 상황이라 백 장관이 가더라도 의미 있는 의견 수렴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는 산업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책위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비즈〉는 11일 예정된 백 장관 방문이 유보된 직후 백 장관의 밀양 방문 일정은 성급했다는 취지로 기사를 내보냈다"며 "애초 이 기사에는 '보상 문제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의 방문을 받아들여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 의견 때문'이라는 대목까지 포함돼 있었고, 대책위가 항의하자 삭제됐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11일 오후 2시 30분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상동면 고답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산업부는 10일 오후 1시 30분께 이 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같은 날 오후 11시 18분께 "정부 측과 마을 측 일정상 백 장관의 방문이 연기됐다"고 재공지했다.

이번 산업부 장관 방문 연기를 둘러싼 논란은 10년이 넘도록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꼬인 갈등을 풀기는커녕 더 깊게 만들었다. 대책위는 "백 장관 방문 하루 전인 10일, 산업부는 밀양에서 확인을 요구한 내용에 대해 답을 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방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저녁 7시 무렵에야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것이 드러났으며, 이로 말미암아 장관 방문이 유보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밀양에서 확인을 요구한 내용'과 '거짓말을 해온 것이 드러났다'는 표현에 대해 산업부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책위는 "산업부에 대한 신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그동안 밀양대책위와 오고 간 여러 상황으로 말미암아 현재 완전히 상실된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만간 문제제기하고 공개할 것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 등 공사과정에서 벌어진 위법하고 부당한 일을 밝혀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장관 방문 연기 논란에 대해 "기본적으로 밀양 송전탑 갈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양지역 화해를 위해 방문을 추진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모든 부분을 다 포용하지 못해 이번에 방문하는 것은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위가 '확인을 요구한 내용'과 '거짓말'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나갈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대책위에 확인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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