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운영 않기로…배달·직접 사와서 마시면 제재 못해

대학 내에서 술 판매를 할 수 없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정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5월에 축제를 여는 경남지역 대학들은 주점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대학 축제 기간 대학 캠퍼스에 주류 판매금지령을 내린 데 대한 후속조치다.

지난달 25일 국세청 협조 요청을 받은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보냈다.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류를 파는 행위는 주세법 위반이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각 대학은 정부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 규제 속에 처음으로 각 대학들이 주점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경남대와 인제대는 16일부터 18일까지 축제를 연다. 두 학교 모두 지난해까지 주점을 운영해왔지만 올해는 학생회가 주점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남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협조를 바라는 공문도 왔던 터였는데 학생회도 동참을 했다. 주점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본관 앞마당에서 플리마켓과 유사한 형태로 먹거리장터는 운영한다"면서 "먹거리장터 외에도 비즈나 목걸이 등도 판매하면서 건전한 대학축제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마산대는 17일부터 이틀간 축제를 여는데 먹거리장터는 운영하되 정부 요청대로 주류를 팔지 안도록 학생회와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반발도 있다. 한 대학 재학생은 "주류 판매를 금지한다는 게 주체를 바꾸는 요식행위다. 술 판매 주체가 학생에서 주변 편의점이나 슈퍼, 마트로 옮겨지는 것"이라며 "과도한 음주는 문제가 되겠지만 주점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대학 내 술 문화가 바뀔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술을 직접 사다 배달해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의 허점도 있다. 마트 등 가게의 주류 배달 금지는 2016년부터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로 풀렸다. '주류 양도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도 슈퍼마켓 등 가게는 최종 소비자에게만 술을 팔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성인이 합법적으로 산 술을 다른 성인에게 넘기는 것은 규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판매만 되지 않을 뿐이지 술을 직접 사와 먹거리장터에서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는 법령과 교육부 협조 요청에 따라 학생들에게 주류판매를 금지한다. 그러나 학생들 모두가 다 지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학교가 강압적으로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했다.

부산지역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규제의 부당함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정부 방침 발표 후 논의를 거쳐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순수 대학문화 축제를 보장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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