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영화, 영화로 읽는 책
영화 관련 책 주제로 매달 한 번 모임
카페에서 각자 느낀 점 자유롭게 나눠

"영화를 먼저 보느냐, 소설을 먼저 보느냐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소설을 먼저 봤는데, 잘못한 거 같아요."

"웬만하면 원작과 영화를 분리해서 보는 편인데, 요번에는 좀 아쉬웠어요."

"소설은 제대로 스릴러인데, 영화는 드라마 같은 느낌?"

저녁 8시, 진주시 인사동 한 카페. 넓은 테이블에 7명이 둘러앉아 이야기가 한창이다. 주제는 3월 개봉했던 <7년의 밤>(감독 추창민)과 영화 원작인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 2011년). 음료와 간단한 식사가 나오면서 잠시 끊어졌던 토론이 계속된다.

"소설이 너무 잔인해서 영화는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도 영화 미장센은 예쁘던데…."

"누구 소설 안 읽고 영화만 본 사람은 없어요?"

이 모임의 이름은 '인디씨네 옆 책꽂이'. 매달 한 번씩 만나 영화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2015년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조정주 씨 아이디어로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내 독립영화상영관 '인디씨네' 운영담당자다.

"처음에는 영화 공부를 하려고 시작한 거예요. 영화 이론과 비평을 읽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 하니 힘들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운 걸 한 거예요. 그래서 좀 가볍게 가자 해서 책이랑 영화랑 비교하는 걸 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재미가 있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인디씨네 옆 책꽂이 참석자들이 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서후 기자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은 나이도, 하는 일도 제각각이다. 진주 지역뿐 아니라 김해에서 찾아오는 이도 있다. 하지만, 영화와 책을 같이 다루니 서로 할 말도 많고 재미도 있다.

"영화든 책이든 자기 취향대로 보잖아요. 책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만 읽고. 그런데 모임을 하다 보면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읽기도 해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데가 주변에는 잘 없잖아요."

3년째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김용숙(48) 씨의 말이다.

대부분 카페에서 모임이 열린다. 나름 개성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에 어찌 보면 카페 구경을 겸한 나들이기도 하다. 모임 분위기는 지나치게 떠들썩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아 부담이 없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이라도 스스럼없이 어우러진다.

두 번째 모임에 참석한다는 이현주(22) 씨 같은 경우다.

"대학 때 영화 토론 모임이랑 독서모임을 했는데 참 좋았어요. 졸업하고 이런 모임이 어디 없나 하고 찾다가 인디씨네 옆 책꽂이를 알게 됐어요. 모임장소도 맘에 들어요. 이야기하는 재미도, 음식 먹는 재미도 쏠쏠해요."

영화와 책 이야기는 밤까지 이어진다. 모임이 끝나면 간단한 뒤풀이 술자리가 이어지기도 한다. 매달 벌어지는 이들의 즐거운 수다에 참여하고 싶으면 페이스북 그룹 '인디씨네 옆 책꽂이'를 찾아 가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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