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의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뜻밖의 '탈북자'라는 말이 나왔다. 북한을 등지고 넘어온 '탈북자'는 북한 측에서는 민감한 부분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탈북자'를 입 밖으로 꺼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문득 북한에서 나고 자라다 험난한 여정 끝에 남한 땅을 밟은 그들 삶이 궁금해졌다. 분단의 아픈 역사 속에서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이산가족과 달리 스스로 북한을 '탈출'한 그들은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드러내놓고 그리워하지도 못한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기자와 만난 탈북자는 아니나 다를까 극심한 불안에 떨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신분이 노출될까 극도로 경계했다. 행여 본인으로 말미암아 남한으로 함께 내려온 자녀 안위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 신변 위협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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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에서의 삶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하기까지, 지난한 과거를 이야기하는 동안 몹시 힘들어했다. 늘 불안과 초조함을 안고 살았던 삶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이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이 진정 얼어붙은 이들 마음을 녹이는 '치유의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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