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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주점이 대학의 낭만일까?

유흥업소 방불에 성 상품화까지 '퇴색'
술 대신 새 문화 경험할 축제 고민해야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연구원 webmaster@idomin.com 2018년 05월 15일 화요일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5월은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으로 날씨가 가장 좋고 꽃들이 화사하게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5월은 가정의 달이며, 결혼의 달이며 대학생들에겐 축제의 달이다.

대학생들에게 축제는 낭만과 자유를 상징한다. 축제는 상업적이고 소비적인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대안 문화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모여 단합의 기회를 마련하는 장이자 시민들과 함께하는 지역의 큰 행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 축제는 대동제(大同祭)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학 축제는 그 본연의 의미를 잃고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대중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쫓아가고 있다. 요즘 대학 축제는 주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으며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연예인을 보며 환호하고 술 마시는 축제가 된 셈이다.

그런데 올해 국세청에서 주류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면 주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대학축제에서 주점 운영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에 보냈다. 이를 계기로 술 없는 대학 축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축제 때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술 없는 대학 축제를 무슨 재미로 가나?',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 '술도 낭만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대학 시절 내내 술을 꽤 많이 마셨고 지금도 여전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술 없는 대학 축제에 대해 찬성한다. 지금까지 축제에서 술을 파는 것이 불법이었음에도 관행상 허용해 왔던 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매년 대학 축제는 주점과 관련하여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주점의 선정성 때문에 더 말이 많았다. 선정적인 메뉴판과 전단, 서빙하는 여학생들의 복장까지 여기가 유흥업소인지 대학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른 과 주점과 경쟁하면서 학생들은 더욱 자극적인 방법을 찾고 결국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성을 상품화하였다. 심지어 메뉴판에 오원춘 세트와 고영욱 세트가 등장해 성범죄와 타인의 피해에 무감각한 모습마저 보여주었다.

한때 주점은 대학축제의 꽃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주점은 곧 낭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대학의 주점이 유흥업소와 다르지 않고 일상적인 성 상품화, 갖가지의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용인된다면 그것은 더는 낭만일 수 없다.

물론,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하여 이런 문제가 사라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이윤을 남기려고 자신과 친구의 성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용하고 폭력에 둔감하고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이런 참혹한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술 이외의 문화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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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대학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기까지야 어렵다 할지라도 적어도 기존의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술 문화의 축소판이 대학 축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 특성을 발휘하고 대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그래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대학의 축제가 되길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일까? 그 와중에 일부 대학들이 술 없는 축제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이런 학교들에서는 술 대신 다른 행사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대학 축제를, 나아가 대학의 문화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 변화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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