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원 상실, 경남 이대로 괜찮나](3)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은 언제
진주의료원 폐원 5년째, 서부경남 건강격차 심각
국정과제 약속도 무소식 "공공의료 강화정책 시급"
보건단체들 후보에 요청

오는 29일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지 딱 5년째 되는 날이다. 진주시를 제외하면 서부경남지역에 종합병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은 더디다.

◇서부경남 건강평등 빨간불 = 최근 소득이 낮을수록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병원이 없는 서부경남지역은 더 그렇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전국 17개 시·도와 252개 시·군·구별로 조사해 지난 3월 발표한 '건강격차 프로파일'을 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상위 20%)과 낮은 사람(하위 20%) 간 건강수명 격차가 컸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건강하게 삶을 유지한 기간을 뜻한다.

특히 사천(14.1세), 하동(13.2세), 남해(13.1세), 거창(12.8세) 등 서부경남지역에서 도드라졌다. 이 같은 격차는 2010~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2008~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가 지난 9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과 경남지역 공공의료 강화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공교롭게도 진주의료원은 2013년 5월 문을 닫았다. 건강형평성학회는 이를 근거로 6·13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지역 간 건강 불평등 대책 세워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과 단디정책연구소가 개최한 '경남 보건·의료 정책 공청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동·남해·함양군은 건강수명이 전국에서 가장 짧은 10개 지역에 속한다"며 "시지역보다 표준화사망률이 1.34~1.45배 높은 군지역에는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고, 특히 서부경남에 진주시를 제외하고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를 보면 도내 14곳 중 8곳(사천시, 의령·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군)이 서부경남지역이다.

◇문재인 정부 공약했지만 =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의료기관 확충 및 지역사회 중심 의료체계 강화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를 약속했지만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2013년 2월 26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강성 노조,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 등을 대며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발표했다. 진주의료원은 3개월 뒤 문을 닫았다. 국회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렸고 그해 9월 여야 합의로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보건복지부, 경남도는 국회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가 공포되기 전 폐업 결정은 법적으로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위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라진 진주의료원 원상회복은 불가능했다. 진주의료원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2015년 12월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남도는 서부경남 거점공공병원 선정 추진 민관협의체 구성도 했다. 하지만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는 "민관협의체는 지난해 11월 한 차례 회의 후 활동이 전무하다"고 했다.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은 서부경남지역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고, 지난해 청와대 국민인수위원회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국정과제 채택 제안서'를 전달했다. 진주시의회도 지난해 7월 '서부경남지역 거점 공공병원 설립' 결의문을 정부에 전달하며, 서부경남지역 공공병원을 1호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 나서라" =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공병원 확충과 지역 공공의료벨트 구축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 △지역의료 균형 발전 등 내용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각 정당과 경남도지사, 도의원, 기초단체장 선거 후보들에게 보냈다. 공공의료벨트 구축 핵심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다.

염기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장은 "보호자 없는 간병을 위한 365안심병원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전임 도지사 시절 계속 축소되다 현재 점점 좋아지는 상태"라며 "경남의 공공의료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365안심병동은 마산의료원이 하는 공공의료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9106명이 혜택을 받았다. 365안심병동은 간병 부담이 사회문제가 되자 간병·간병비 부담을 줄이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은 보건의료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후 각종 의료 관련 사고 때마다 진주의료원은 계속 언급됐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격리치료를 할 수 있었던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이 부각됐고, 지난 1월 밀양 화재참사 때도 좋은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공공병원 필요성이 제기됐다.〈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