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시인, 마산 시의 도시 10주년 기념식서 분발 촉구

"시인은 아주 많아졌지만 시의 질은 굉장히 추락했다. 시에 대한 발화는 수십 배 수백 배 늘어났지만 그 수준 역시 추락했다."

말투는 온화했지만, 내용은 날카로웠다. 12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마산점 12층 교육실에서 열린 시의 도시 선포 10주년 기념식. 이날 문학 강연자로 나선 최영철 시인은 시를 읽는 이들이 주는 이 시대, 시의 과잉을 질타했다. 예컨대 이런 부분이다.

"손에 꼽을 만한 두세 권의 시집, 더 나아가 단 한 권의 유고시집으로 남았던 선배 시인들에 비해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시집을 남발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동어반복으로 자기 표절을 거듭하고 있는가."

"우리의 시는 절정의 언어가 아닌 꾸역꾸역 쑤셔 넣은 포만을 이기지 못해 반복하는 딸꾹질에 가깝다. 시의 범람, 시인의 범람, 지금 우리 시는 하향평준화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여 최 시인은 지금 시인들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정한 무엇이 있는가, 불덩이가 있는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시는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온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되새겨 보면 어쩌면 시인은 불행을 타고난 이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통과 슬픔으로 시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지난 12일 오후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열린 마산 시의 도시 선포 10주년 기념식에서 최영철 시인이 강연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끝으로 최 시인은 다시 한 번 시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기득권과 권위 의식을 버리고 '날 선 백지상태, 그 어떤 기득권도 가지지 않은 적빈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다시 가난해져야 한다. 한마디의 말 한 줄의 노래를 찾아 사막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마산문인협회가 2008년 5월 3일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해 '마산 시(詩)의 도시'를 선포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마산문협 이후 매년 같은 시기에 시화전과 기념식을 하고 있다. 12일에도 오전 11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임항선 시의 거리에 마산시인 작품 83점을 전시한 시화전을 개막했고, 오후 2시부터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기념식을 진행했다. 또 시모음집 <마산 시인들의 노래 12>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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