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준비해 최근 비정규직 26명 정규직 전환
민간 중소병원 획기적 사례…보건노조도 '환영'

동마산병원이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노동계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진하는 공공병원의 정규직화도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민간병원이 앞장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데 대해 전국에서 드문 사례라며 박수를 보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역 앞에 있는 동마산병원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직접 고용한 무기계약직,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직 26명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병원장 4명(손정민·이동훈·김대웅·이철수 원장)이 이사다.

김대웅(43) 대표 원장은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올 초에는 전체 방향을 정했고, 이달 이사회에서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 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종합병원인 동마산병원은 지난해 2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근무·임금 등 전수조사를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노동자 개개인 의견을 들었고, 노무사 등 전문가 조언을 받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체계, 업무 범위, 인사규정, 업무규정 등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 최근 비정규직 직원 26명 전원에 대해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린 동마산병원 이사진. 왼쪽부터 손정민·이동훈·김대웅·이철수 원장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마침내 최근 이사회를 열고 직원 196명 중 비정규직 26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직종은 경비·전화 교환·영양과 조리·시설과·원무·세탁실 담당자 등 다양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병원 역사 35년을 함께한 노동자다. 다만, 외주업체 소속인 청소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 부문에서도 더디게 진행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민간 중소병원이 앞장서서 시행하게 된 이유는 뭘까.

김 대표 원장은 "우리 병원에 오랜 기간 일한 분이 많다. 병원 경영 현실이 어렵지만, 정부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 정부 정책에도 일조하고 근무하는 분의 사기를 높일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분의 사기가 높아지면 환자 서비스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마산병원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의 골이 깊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복지혜택은 거의 같았고, 임금 체계만 달랐다. 기존 비정규직은 진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호봉 승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분이 내달부터 해소돼 비정규직이 같은 처우를 받게 된다.

병원 노동자와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결정을 반겼다. 동마산병원에서 조리장으로 일하는 박계영(43) 씨는 "1년 6개월간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며칠 전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 어려운 결정을 한 것 같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민간 중소병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선도적이고 획기적이다. 전국적으로 그런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 공공병원은 지금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진 중이지만, 민간병원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은 경영이 어렵기에 더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염기용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장도 "노동조합도 없는 곳에서 민간병원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경우는 처음 듣는다. 병원의 결정을 높이 산다. 다른 중소병원도 본받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방은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도 "공공부문도 제대로 안 하고 있는데, 민간병원이 나서서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동마산병원은 1983년 설립됐다. '1세대 원장(4인 공동 사업자)'이 은퇴한 후, 지난 2013년부터 현재 '2세대 원장'이 이어받아 공동 운영을 하고 있다. 1·2세대 모두 부산대 의대 선·후배 사이다. 2세대 원장 4명은 돌아가면서 2년씩 대표 원장을 맡고 있다. 종합병원인 동마산병원(203병상)은 지하 2층, 지상 8층(연면적 9997.46㎥)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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