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풍호공원 운동장에서
진해드림파크까지 걸으며
5월의 푸름·싱그러움 만끽
가슴 뻥 뚫리는 바다 풍광도
체험 가득 부대행사 마련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하는 제8회 진해만 생태숲 걷기대회가 13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창원시 진해구 풍호공원 운동장과 진해드림파크에서 벌어집니다. 진해드림파크는 진해만 생태숲, 목재문화체험장, 광석골 쉼터, 청소년수련원이 들어서 있는 대규모 산림 휴양시설입니다. 아니, 실질적으로는 진해구청 뒤편에서 천자봉까지 이어진 울창하고 넓은 산림 자체를 말합니다. 숲이 깊고 한적해 진해에서도 숨겨진 명소로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 산길을 오르면 시원한 바다 전망도 볼 수 있어 숲도 즐기고 바다도 즐기는 멋진 곳이지요.

주 행사장소이자 출발지는 풍호공원 인조 잔디 운동장입니다. 운동장 끝에서 바라보면 천자봉을 중심으로 산세가 아주 풍성합니다. 걷기대회는 바로 이 풍성하고 한적한 숲 속을 거닐면 되는 일입니다.

운동장을 나서면 바로 오르막입니다. 조금만 걸으면 목재문화체험전시관과 청소년수련원을 알리는 파란색 표지판이 보일 겁니다. 여기서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숲이 갑자기 울창해집니다. 주변으로 이팝나무 꽃이 환합니다. 새소리와 함께 숲이 내뿜는 생명력이 한가득 느껴집니다.

녹음 짙은 걷기대회 코스, / 이서후 기자

경사가 제법 가파릅니다. 아스팔트 2차로 도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곧 왼편으로 시멘트 포장된 임도가 나옵니다. 아스팔트를 버리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중요한 갈림길마다 안내요원이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평소 몸을 움직이는 데 소홀하셨다면 아마도 여기까지 오시면 숨이 많이 가쁠 겁니다. 하지만, 오르막은 계속됩니다. 시멘트 임도는 단정한 느낌의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고개를 넘듯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이 지점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천자봉에서 직접 내려오는 산줄기가 보입니다. 색깔에 예민하신 분들은 새삼 녹색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싶으실 겁니다.

내리막을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작고 고즈넉한 연못이 나옵니다. 광석골소류지입니다. 연못 너머로 바다 전망이 볼만합니다. 조금 더 걸으면 왼편으로 감나무 과수원이 나옵니다. 제법 자란 잎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푸릅니다. 몽우리가 잔뜩 움츠린 게 감꽃이 피어날 모양입니다.

계곡을 만나면 안내 표지판을 보고 왼편 천자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대로 감나무 과수원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키 큰 나무들이 만든 터널을 제법 오르다 보면 카페가 나옵니다. 카페를 스쳐 지나고 삼나무가 나란한 길의 끝에 천자암이 나옵니다.

암자를 한 번 둘러볼까 하고 마당을 들어서니 개 두 마리가 요란합니다. 절집 개들이 요란한 건 대개는 심심해서일 겁니다. 특히 낯선 이에게서 나는 냄새는 아주 흥미로운 자극이 되거든요. 극락보전이 천자봉의 호위를 받는 모양새로 자리를 잡았네요. 더 깊이 들어가니 유난히 잘 꾸며진 산신각이 나옵니다. 금빛이 찬란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산신각은 다른 곳에서 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년 전에 새로 지은 것이라네요.

광석골소류지. / 이서후 기자

다시 길을 나서 천자암 정면으로 보고 왼편 시멘트 길로 방향을 잡습니다. 표지판으로는 해병훈련테마쉼터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부터 진해 지역 둘레길 중 하나인 '천자봉 해오름길'을 따라 걷게 됩니다. 장복하늘마루길, 천자봉 해오름길, 백일아침고요산길, 소사생태길 이렇게 4개 둘레길을 합쳐 진해드림로드라고 부릅니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흙길을 걸으니 숨을 좀 고를 수 있습니다. 계속 내리막길이니 편하게 걸으셔도 됩니다. 계속해서 5~7분 정도 걸으면 왼편으로 시야가 탁 트입니다. 시원한 바다 전망입니다. 제일 오른쪽 진해루에서부터 대죽도, 그 너머 관출산을 포함해 진해 바다가 훤합니다. 아마 이곳이 전체 코스의 클라이맥스일 겁니다. 눈 아래 우리가 출발한 풍호공원 운동장이 보입니다. 그 너머 풍경이 풍호동입니다. 풍호라는 이름은 옛날 동네를 흐르던 풍덕개(豊德浦)라는 하천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물이 풍부하다는 뜻입니다. 풍호동 앞바다는 조선 수군이 주둔하던 풍덕포진이 있었습니다.

풍경을 충분히 구경했으니 다시 출발합니다. 적당한 양지와 그늘이 번갈아서 춥지 않게 땀을 식혀줍니다. 해병대처럼 씩씩하게 걸으면 15분에서 20분이면 반환점(3.5㎞)에 도착합니다. 반환점은 해병훈련체험 테마쉼터 직전에 있습니다. 해병훈련체험이라해서 무언가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고요. 해병대 훈련소를 귀엽게 흉내 낸 간단한 체험시설입니다. 그래서 테마쉼터라 했겠지요. 한국전쟁 당시 진해 덕산동에서 해병대가 창설됐는데, 덕산동주민자치위원회가 이를 기념하려 2010년 공원을 만들고 주변 등산로에 철쭉도 심었습니다.

목재문화체험전시관. / 이서후 기자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오는 길에 봤던 회색 컨테이너를 다시 지나면 곧 드림파크(목재문화체험전시관)로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일 겁니다. 산 속 오솔길로 300m만 가시면 됩니다. 내리막 경사가 심하니 조심하시고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목재문화체험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면 좋겠습니다. 목조주택 변천사, 나무로 만든 동서양의 배들, 나무의 기원, 나무 생성과정, 목재 이용 역사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많으니까요.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어도 좋고, 양지바른 덱에 앉아 가만히 쉬어도 좋습니다. 전시관 아래 연못 구경도 괜찮을 것 같네요.

어느 정도 쉬었으면 다시 풍호공원 운동장까지 쉬엄쉬엄 걸으면 됩니다. 운동장에도 솜사탕 만들기, 비누 만들기, 손수건 물들이기, 실팽이 만들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됩니다. 천천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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