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 과학기술 중시 교류 파트너로 기대
상호 보완 분야 많아 평화·번영에 기여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었다. 북핵과 미사일로 고조되었던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대화와 평화 분위기로의 반전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쓰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면 남북관계 변화의 서막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남북의 새로운 평화체제 속에서 문화·사회·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 남한 예술단의 '봄이 온다' 평양공연과 같이 문화교류는 이미 시작되었다.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 경제협력과 교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남북한 협력과 교류에 대한 기대는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남북 과학기술 교류 의사를 밝혔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 설치를 위한 준비에도 발 빠르게 착수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다수 과학기술자가 남북 과학기술 교류에 대해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치와 이념 대립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과학기술자들의 교류가 남북 신뢰와 평화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사실 우리나라 '과학기술기본법'에도 '남북 간 과학기술 교류협력의 촉진'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명확히 언급되어 있으며,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어쩌면 남북한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현행 법률에서도 이미 보장하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과학기술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지식경제'를 천명하고 있다. 이른바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는 '과학흥국' 정책이다. 이를 위해 1988년부터 5년 단위의 국가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4차(2013∼2017년) 계획에는 에너지 문제 해결, 공업 현대화, 먹는 문제 해결, 첨단기술 비중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과학기술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평양시내에 대규모 과학자 거리(은하과학자 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 거리 등)와 과학자 주택·휴양소 등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에서도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펼치고 있어, 우리와 과학기술 교류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우리의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유사한 '국가과학원'을 두고 있다. 국가과학원은 11개의 분원과 산하 130여 개의 연구소 등을 두고 있어, 앞으로 남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과학기술 교류의 파트너로 기대할 만하다.

북한의 국가과학원에서 최근 10년간 출원한 특허의 상위 5개 분야를 살펴보면, 식료품·측정·재료/금속·화학공학·전기/에너지 순이다. 북한이 중점을 두는 이러한 연구 분야는 앞으로 남북의 과학기술 교류 분야를 선정하는데 착안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기개발과 무관하고,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식량이나 에너지 분야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상호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광물자원(마그네슘, 희토류 등)의 연구개발을 통한 고품질의 산업재료 확보는 우리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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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해 '국방기술'에 몰두하던 과학기술계가 남북 과학기술 교류를 함께 모색하는 딜레마가 상존하지만, 민족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면 과학기술계도 기꺼이 남북협력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과학기술 협력에도 봄이 오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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