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서비스 제공하는 도내 유일 '마산의료원'
진료 거부로 지역민 불만 응급실 이용 환자 저조해 2차 의료기관 역할 '미흡'
홍준표 도정 때 흑자 전환 12월 신축 장례식장 개장 의료 외 '수익키우기'비판
공공의료사업 내실 다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
16가지 펼치지만 자부담 커 서부경남지역 포괄 '한계'

진주의료원이 강제로 문을 닫으면서 경남에는 지방의료원이 마산의료원 1곳뿐입니다. 지방의료원이 1곳인 광역단체는 전국에서 경남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바라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했지만 가시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의 공공의료 이대로 괜찮을까요?

홍준표 전 지사 시절 경남도는 2013년 진주의료원을 문 닫았다. 경상남도마산의료원은 서민 공공의료서비스 제공, 수익적 측면(경영혁신), 양질의 의료서비스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마산의료원은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 지원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17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공공보건의료 지원체계 부문(10점 만점)은 10점을 받았다. 마산의료원은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응급의료, 전염병 대처, 의료 재난 대비 등 의료안전망 기능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평가에서 의료안전망 기능 부문(20점 만점)은 15점으로 전체 평균 15.3점, 유사규모 기관 평균 15.3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가라더라" = 마산의료원에서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2차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인(53·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지난 2016년 9월 추석 연휴 차례상을 준비하다 칼에 베인 어머니와 급히 마산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당직의사로부터 상처가 너무 깊어 꿰맬수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어머니와 인근 다른 병원에서 15바늘을 꿰맸다.

요양병원 간호사 최모 씨는 지난 3월 19일 오전 3시 30분께 침대에서 떨어져 대퇴부를 다친 80대 환자와 마산의료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역시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최 씨는 골절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답변에 분개했다.

김 씨는 "15바늘 꿰맬 정도의 상처도 치료하지 못한다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비슷한 규모 병원 응급실과 비교하면 너무 엉망이고,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문전박대를 당하니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마산의료원(290병상)과 전국에서 규모가 비슷한 지방의료원 응급실 이용 환자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가까운 민간병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마산의료원 응급실에서 2015년 6914명, 2016년 8463명, 2017년 1만 1454명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같은 기간 경북 김천의료원(270병상) 응급실은 2만 1578명, 2만 1905명, 2만 1812명을 진료했다.

충남 공주의료원(202병상)은 1만 6164명, 1만 7013명, 1만 8541명, 충북 충주의료원(299병상)은 9246명, 9498명, 9320명이다. 인구로 보면 김천시(14만 명), 공주시(11만 명), 충주시(21만 명)는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38만 명)보다 적다.

민간병원인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에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4만 4000여 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다만, 삼성병원 응급실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중증 환자가 많다.

지난해까지 마산의료원 응급실에는 당직 의사가 1명이었으나 올해 4월부터 4명으로 늘었다. 또 마산의료원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른 병원을 권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외과 부분은 대응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응급실은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아 운영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장례사업으로 수익에만 초점? = 올해 12월 마산의료원에 새로운 장례식장이 문을 연다. 장례식장 사업은 의료 외적인 것이어서 '수익에만 급급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남도는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원했기 때문이다.

마산의료원은 94억 1800만 원(국비 37억 5000만 원, 도비 56억 6800만 원)을 들여 전체 면적 4509㎡(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장례식장을 신축한다. 분향실 7실, 안치실, 영결식장 등이 들어선다. 기존 장례식장은 1972년 건립됐으며 1540㎡(지상 2층) 규모에 분향실이 9곳이었다.

마산의료원은 장례식장 신축으로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장례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진주의료원 폐업 후 장례식장 신축과 관련한 지적이 있고, 운영 측면에서 일부 손해를 보충하는 역할이 있긴 하다"며 "하지만 민간 장례식장과 비교해 60~70% 수준 비용으로, 천차만별인 시장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의료원은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홍준표 전 도지사 시절이다. 마산의료원은 2016년 10월 신축 개원 이후 토요일 진료·불성실 의료진 2명 퇴출 등 자립경영 기반을 구축한 결과 28만 3198명을 진료하고 389억 5500만 원 사업 수익을 올려 18억 5100만 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적자규묘는 2013년 25억 8700만 원, 2014년 1억 5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고, 2015년에는 6억 3400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2005년 2억 7800만 원 흑자 이후 만성적인 적자를 겪다 10년 만에 실적이 바뀐 것이다. 2015년 경남도는 경영혁신에 나선 성과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고정적으로 받는 비용은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등 보수 체계를 개선했다고 했다.

◇마산의료원 공공의료사업은 = 마산의료원은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하고 있다. '365안심병동' 사업 등 16가지에 이른다. 지난해 도민 2만 8860명이 혜택을 받았다. 공공의료사업 확대는 예산 지원이 걸림돌이다.

마산의료원 공공의료사업은 의료취약계층 진료비를 지원하는 301네트워크사업과 만성질환 관리, 저소득층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가정폭력·성범죄피해·외국인노동자·다문화가정 진료 지원, 도내 외국인 노동자 순회 진료, 다문화취약가정 건강검진, 지역아동센터 건강관리, 지역주민 건강강좌, 심폐소생술 교육, 뇌질환 정밀검진, 금연클리닉 등이다. 홍 전 도지사 시절 서민층 진료비 지원, 저소득층 종합검진비 지원, 여성농업인 진료비 지원 등이 추가됐다.

마산의료원 '2017년 공공의료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예산 지원 부족이 뚜렷하다. 지난해 16가지 사업에 대해 국비 지원은 1억 6000여만 원, 도비는 6억 1900여만 원이었다. 마산의료원 자부담이 3억 4700여만 원이다.

365안심병동, 인공관절수술 지원, 서민층·저소득층·여성농업인 지원·뇌질환정밀검진 등 4가지 사업을 제외하면 국·도비 지원은 없었다. 자부담이 늘면 결국 경영상 손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공공의료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구조다. 공공의료사업 확대 여부는 결국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도지사와 예산 등을 심의하는 도의원을 잘 뽑느냐에 달린 것이다.

특히 지역적 한계도 분명하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창원시 내에서는 사실상 마산합포구, 밖으로는 함안·고성 쪽에서 마산의료원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는 '지역공공의료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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