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이탈리아 여름 배경
소년과 청년의 동성애 그려내
진솔한 감정의 아름다움 강조

가슴이 두근거리기에 충분했다. 눈이 부신 여름날, 뜨거운 햇살, 일렁이는 물결, 무릎이 훤히 드러나는 반바지, 셔츠까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이탈리아 외) 속 17살 소년 엘리오(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사랑이 싱그럽고 가슴 아프다.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소설보다 많은 여백을 준다. 원작보다 많은 말을 생략했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남부의 한 마을.

엘리오의 가족은 매년 여름 손님을 맞는다. 올해는 고고학자인 아버지 펄먼 교수(배우 마이클 스털버그)의 일을 돕는 보조 연구원 올리버(배우 아미 해머)가 찾아왔다. 키가 아주 크며 지적인 24살 청년이다.

엘리오는 그가 신경쓰인다. 일부러 거만하게 말을 걸고 그의 약점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특별해진다. 회오리치는 마음은 불쑥 분출된다. 피아노와 기타를 즐겨 치며 음악을 만드는 그는 음표를 그리던 연필로 올리버에 대한 마음을 할퀴듯 써내려간다.

"그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어. 올리버. 올리버."

엘리오는 올리버 앞에서 솔직해진다.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라고 말한다. 올리버는 다시 말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둘의 마음은 이미 같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육체적 교감은 최소화됐다. 하지만 둘의 눈빛과 가벼운 터치가 오히려 에로틱하다. 또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의 여름날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영화 전체를 뒤덮는 햇살과 살구가 익어가는 과수원, 한적한 시골길, 인적이 드문 비밀스러운 강가는 둘의 교감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영화는 줄곧 엘리오의 얼굴을 비추던 것에서 벗어나 잠시 올리버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깡마른 사지, 당당하면서도 불안한 눈빛의 엘리오와 다르게 차분하며 침착하다. 하지만 그도 사랑 앞에서 흔들린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스틸컷

여름날 찾아온 손님은 떠나기 마련이다. 올리버도 마찬가지. 그들은 광활한 자연 앞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별이다.

영화에서 둘의 사랑만큼 따듯했던 것은 바로 엘리오의 부모다. 그들의 이별여행을 제안한 것은 엘리오의 어머니 아넬라(배우 아미라 카서)였다. 그녀와 펄먼은 누구보다 아들을 이해했고 응원했다. 펄먼은 말한다. 엘리오가 가진 감정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지 잘 안다고. 이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했고 둘은 이것을 알아보았다고 말이다.

그는 곧 성인이 될 아들에게, 앞으로 사회에 나가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아들에게 자기를 그대로 알고 내보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소중한 것인지 알려준다. 기쁨은 기쁜 대로 슬픔도 그대로 느끼라는 펄먼.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다. 이탈리아 남부의 조용한 마을에도 눈이 내린다. 이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리고 올리버의 약혼 소식. 영화는 엘리오의 얼굴을 오랫동안 비추며 끝이 난다.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달라는 둘. 서로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을 부르던 여름날이 아득하다. 자신을 부르는, 아니 그대를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는 등 전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79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이탈리아 영화비평가협회에서 비평가상을, LA비평가협회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